[전문가진단] 코로나19, 경제 ‘2차 쓰나미’ 온다

국민일보

[전문가진단] 코로나19, 경제 ‘2차 쓰나미’ 온다

입력 2020-03-26 18:11 수정 2020-03-26 18:17

국내 내수위기 넘어 해외 영향 ‘수출·금융위기’ 발생
한국 대외의존도 높아…2차 위기는 더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단순한 소비 침체를 넘어 악성 ‘2차’ 위기로 이미 넘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투자가 끊기는 ‘내수 위기’에서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수출·금융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주요 국가와의 교류로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2차 위기가 내수 위기보다 훨씬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내수가 살아난다 할지라도 국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라서 우리가 스스로 타개할 뾰족한 해결 수단도 없다. 정부가 하루속히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 금융시장 안정화에 집중하며 위기를 넘어설 체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6일 “코로나19의 1차 경제 위기는 ‘내수 쓰나미’였다”며 “2차 경제 위기는 ‘수출 쓰나미’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에 접어들고 불안이 해소되면 소비·투자인 내수가 완만하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수출은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 세계 생산 분업 구조가 망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경기 회복은 장담할 수 없으며, 2차 위기는 1차 위기 보다 더 클 것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 GDP 중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이 GDP의 절반도 안된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아도 해외 확산이 멈추지 않으면 전체 경제 부진을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내수 침체에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합적인 위기가 올 것이다”고 진단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내수 충격은 영세한 업체 중심으로, 수출 충격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내수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으나 수출 부진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충격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를 꼽았다. 전 세계는 제품에 대해 생산 분업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가치사슬이 중국·미국 등의 생산 중단으로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한국은 글로벌 분업 구조에 적극 참여해왔고, 중국과 미국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미국 등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급망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이번 기회에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도 사업 전략을 바꿔야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수출 중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지난해 기준 총 수출액의 17.3%는 반도체다. 수출 경기가 나빠도 반도체가 선방하면 큰 위험은 벗어날 수 있다. 다행히 연초 반도체 지표는 양호한 흐름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했고, D램 고정거래가격도 전월보다 1.4% 상승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정해져 있다. 시장 규모가 과점 형태로 협소해지면 가격의 상승과 하락이 빠르게 나타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반도체 수요는 재고 확보 움직임이 있었는데, 사태 이후에도 그 구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는 큰 위험이지만, 반도체는 수요가 있다면 어떻게든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 실장은 “반도체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교역 조건이 좋지 않은데 반도체만 ‘나홀로 호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위험도 경고했다. 주 실장은 “현재 환율과 주식시장은 해외 상황에 따라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환율이 계속 올라가면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우선적으로 기업의 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수출과 금융시장이 나빠지면서 부채가 많은 기업은 당장 도산 위기가 높아질 것이다”며 “금융기관이 ‘타겟팅’을 해서 일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고, 정책 금융기관들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달러 확보 문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자금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돈 풀기’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성 교수는 이날 한은이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는 실물 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해당 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지만, 일단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 연구원은 “정부가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하고 있는데, 시장에 주기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 실장은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성 교수는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확실하다. 연간 성장은 0%대,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으나 향후 상황을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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