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확진자’ 폭증에도…격리커녕 거리 누빈 여행객들

국민일보

‘해외발 확진자’ 폭증에도…격리커녕 거리 누빈 여행객들

입력 2020-03-26 20:24
승객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라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비상 해외 국가를 다녀온 일부 방문객들이 자가격리는커녕 거리를 누비다 확진 판정을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는 ‘해외발 확진’을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를 강화하고 어길 시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충북 증평군민 박모(60·여·주부)씨는 코로나19 검진 뒤 자가격리 권고를 어기고 청주 시내와 청주의료원, 충북대병원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미국 뉴욕 딸 집 방문을 위해 지난 2일 출국했다 24일 귀국했다.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이튿날 인후통·근육통·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 증평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거리를 실컷 누빈 뒤였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유학생 A(여·19)씨가 코로나19 증상에도 4박5일간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 15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14일간 자가격리하라는 정부 권고를 어기고선 5일 뒤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그는 제주도에 도착한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A씨는 렌터카를 이용해 제주시 국수거리의 국숫집, 서귀포시 표선의 한 의원과 약국,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카페, 우도, 카트 테마파크 등 유명 맛집과 관광지 20여곳을 돌아다녔다. 또 한화리조트와 해비치호텔 리조트에서 2박씩 머물렀다. A씨와 가족은 24일 오후 4시15분쯤 제주공항에서 티웨이항공 TW24편을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6일 제주도청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도는 A씨 모녀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기적인 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필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발 입국자들은 27일 자정부터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화된다. 이전까진 권고에 그쳐 이탈자들이 더 많았다.

단 자가격리 의무화로 민폐 해외여행객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지역사회에선 자가격리 의무 대상자인 유럽발 입국자가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면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이나 미국발(27일부터) 입국자 중 자가격리 대상자에게는 공항에서부터 검역법에 따라 검역소장의 격리통지서가 발부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발 확진자는 급증세를 보인다. 26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 9241명 가운데 284명이 해외발 확진자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추가 확진자 104명 중 57명이 해외발 확진자였다.

전문가들은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미국,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의 검역을 강화한 만큼 검역 단계에서 확인되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서는 전원 진단검사가 시행된다. 미국발 입국자의 경우 27일부터 유증상자는 진단검사를 받고, 무증상자는 2주간 격리 조치된다.
연합뉴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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