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토박이의 빨아쓰는 보호복, 유럽서 관심 쏟아졌다

국민일보

대구 토박이의 빨아쓰는 보호복, 유럽서 관심 쏟아졌다

[인터뷰] 영풍화성 양성용 대표 “고향 아픔 겪는데”…초등학교·병원에 기증도

입력 2020-03-30 00:25 수정 2020-03-30 00:25
지난 23일 양성용 대표가 대구 서구의 영풍화성 본사에서 비말 차단 보호복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각국에서 의료장비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이 10번을 빨아도 기능이 유지되는 보호복 개발에 성공했다. 섬유 가공업체 ‘영풍화성’이 그 주인공으로 비말을 막고, 습기는 빼는 데 더해 항균 기능까지 입힌 게 특징이다. 개발 소식에 독일 등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영풍화성은 네 아이를 둔 다둥이아빠이자 대구토박이인 양성용(41) 대표가 5년째 이끌고 있다. 매출액 150억원대 규모로 60여명의 직원이 섬유를 개발하고 만든다. 양 대표도 대구에서 태어나 학사와 석·박사 모두 섬유공학을 공부한 ‘섬유 덕후’다. 지역 중소업체가 만든 보호복에 안팎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일보가 지난 27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양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중소기업으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 보호복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네 아이를 둔 아빠이자 대구 토박이로서 사태의 심각성과 지역의 아픔을 두고 볼 수만 없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래 등산복 등 일반 의류에 기능성을 추가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2018년부터 마스크에 들어가는 나노필터 관련 소재를 연구 중이었기에 1월 중순쯤 다이텍연구소(대구의 섬유산업 전문생산기술연구원)와 공동으로 급히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거 방사선 차폐복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기존 보호복이나 마스크에 쓰이는 부직포가 아니라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사용한 게 특이하다

“보호복 소재 자체는 옷, 침구류 등에 쓰이는 직물과 동일하다. 다만 여기에 들어가는 기능성 물질이 크게 다르다. 특히 특수 가공 공정을 통해 원단의 틈새를 최소화해 항균·투습(땀 등 습기 배출) 등 특수 기능을 구현해 냈다. 비말 침투를 막는 기술은 특허 출원된 상태다.”

양 대표가 개발한 보호복은 비말 등 액체가 스며들지 않고, 향균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사진은 흡수 테스트를 하는 모습으로 손으로 일정한 압력을 가해도 액체가 흡수되는 것을 차단한다. 영풍화성 제공

-기존 보호복과 차별화되는 기능은

“비말이 보호복을 뚫고 들어오지 않게 하고, 내부에 찬 습기는 곧장 밖으로 배출된다. 숨 쉬는 보호복인 셈이다. 특히 투습이 제대로 안 되면 심장 등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이 보호복은 그 위험성을 최소화했다. 심장 박동 테스트까지 마쳤다. 항균 기능은 테스트에서 폐렴균을 99.9%까지 사멸시킨다는 성적서를 발급받은 상태다.”

-재활용할 수도 있나?

“10번을 세탁해도 항균, 투습 기능이 유지된다. 부직포 소재가 아니라 계속 빨더라도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기능은 최대 10번까지만 구현된다. 가격도 1만원대로 책정한 상태라 일회용 보호복 구매가 부담스러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특수가공 처리 후 보호복 원단 조직의 틈새가 최소화된 모습. 영풍화성 제공

-음압병동 등 의료용 보호복으로도 쓸 수 있나

“의료 방호복(레벨D)보다 일반 시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맞춰 개발했다. 테스트 결과 상·하의 일체형 보호복을 입고 벗는 데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상의용은 바람막이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이 쉽고 빠르게 착용할 수 있다. 병원 자원봉사자, 요양원 근무자 등이 활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용 제품이 먼저 출시됐는데

“연령 특성상 어린이용 제품의 개발 난도가 가장 높다. 잘못 만들면 어린이가 스스로 착용하기 쉽지 않고, 항균 기능도 바이러스를 죽일 정도가 돼야 하므로 피부에도 트러블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피부가 약한 어린이들에겐 부작용이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동용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하다는 KC 인증을 받았다. 어린이가 써도 괜찮을 정도의 제품이면 성인이 사용했을 때 거의 문제가 없다. 애초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기준을 높게 잡고 접근한 것이다.”

-벌써 찾는 곳이 많을 것 같다

“국내 한 중견업체와 일주일에 20만 벌의 보호복을 시장에 공급하는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최종 성사되면 미주·유럽 등으로 수출길이 열린다. 지난 26일 독일의 한 지방정부에서도 회사로 제품 문의 연락을 해왔다. 영국, 스페인 쪽에서도 샘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양성용 영풍화성 대표가 직원과 함께 보호복 원단을 살펴보고 있다. 영풍화성 제공

-제품 출시 일정은

“사실상 개발을 마친 단계로 내달 초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한두 가지 검증이 진행 중이다. 현재는 우선 지역 병원에 기부할 보호복을 생산하고 있다. 조만간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 1000벌, 경북 안동병원에 200벌을 기증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대구가 겪는 고통을 직접 느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역 기업으로서 시민들이 부담 없이 구매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보호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다. 이제 해외 진출을 내다보는 시점이기에 수출에 앞장서고 싶은 포부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대구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할 날이 오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기업인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