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안에 땀방울 맺혀 있던…” 유럽 입국자가 본 대한민국

국민일보

“고글 안에 땀방울 맺혀 있던…” 유럽 입국자가 본 대한민국

입력 2020-03-27 18:07
뉴시스. 연합뉴스 (오른쪽 사진은 기사와 무관)

보건복지부가 27일 공개한 익명의 편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체 채취 담당자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경기 의왕시 코레일인재개발원에서 부친 편지였다. 이곳은 유럽발 입국자 중 무증상자들이 진단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곳이기도 했다.

해당 편지 작성자는 자신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밝히며 한국에 도착한 이후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했다. 편지는 공책을 찢어 검정 펜으로 작성됐으며,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작성자는 편지에서 “공항에서 격리시설로 이동하려고 대기하는 동안 군인분께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왜…?’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며 “오히려 저희 때문에 고생하고 계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데”라고 말했다.

또 “검사하러 온 분이 ‘고생많았다’고 물어보는데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며 “그 분이 쓰신 고글 안에 땀방울이 엄청 맺혀있는 게 보이는데, 정말로 힘든 일 하시는 분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송구스러운 마음밖에 안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몇몇 분들은 아주 상식 밖의 행동과 말들로 여러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보게 됐다”며 “그런 분들 제발 싹 다 무시하시고 저처럼 감사해하고 여러분을 존경하는 사람들을 기억해달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유럽발 입국자는 지난 22일 오전 0시부터 전수 진단 검사를 받았다. 유증상자는 물론 무증상자도 24일 SK무의연수원, 올림포스호텔, 코레일인재개발원, 한국도로공사인재개발원,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고용노동연수원, 천안상록리조트, 법무연수원 등 8곳의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24일 오후 2시부터는 내국인 무증상자의 경우 자가격리를 하며 지역 보건소에서 입국 후 3일 이내 검사를 받도록 절차가 바뀌었다.

다음은 해당 편지글 내용의 일부다.

안녕하세요.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힘쓰시는 모든 분들께!!

‘저는 누구입니다’라고 밝히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익명으로 편지를 남겨봅니다. 가장 먼저 감사하다고, 정말 수고 많으시다고, 존경한다고, 멋있으시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21일 대한항공 비행기를 탄 순간부터 만난 승무원분들, 인천공항 직원분들, 검역본부, 질병관리본부, 경찰분들, 군인들, 의사분들, 24시간 내내 저를, 저희를 코로나 확산으로부터 안전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격리시켜주시고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항에서 격리시설로 이동하려고 대기하는 동안 군인분께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왜…?’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어요. 오히려 저희 때문에 고생하고 계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데…

또, 코로나 검사를 해주시는 분이 오셔서 검사해주시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많이 힘드셨죠?’라고 물어보시는데 정말 눈물이 날 뻔 했어요. 그 분이 쓰신 고글 안에 땀방울이 엄청 맺혀있는 게 보이는데… 정말로 힘든 일 하시는 분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송구스러운 마음 밖에 안들더군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정말 몇몇 분들은 아주 상식 밖의 행동과 말들로 여러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죄송할 일도 없는데, 저희에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는 거겠죠? 그런 분들 제발 싹 다 무시하시고 저처럼 감사해하고 여러분을 존경하는 사람들을 기억해주세요.

김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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