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모녀 패닉…선의의 피해자다” 강남구청장 발언에 ‘공분’

국민일보

“제주여행 모녀 패닉…선의의 피해자다” 강남구청장 발언에 ‘공분’

입력 2020-03-28 05:56 수정 2020-03-28 09:31
강남구청 유튜브 영상 캡처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코로나19 증상에도 제주도 여행을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강남 거주 미국 유학생 모녀와 관련해 “이들도 선의의 피해자라”고 두둔해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정 구청장의 발언에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 구청장은 27일 강남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 모녀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와 전날 제주도가 밝힌 소송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는 26일 “유학생 모녀가 유증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며 “방문 업소 폐쇄‧방역 조치 등 피해를 고려해 1억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과 형사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강남구청이 발표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대학에 재학 중인 A(19)씨는 지난 15일 귀국한 뒤 20일부터 4박5일 제주 여행을 했다. 이후 코로나19 증상인 미각과 후각 이상 증세가 나타나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 어머니 B씨도 이틀 뒤인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외국을 다녀온 입국자가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자가격리를 어기고 제주도로 가 4박5일 여행한 강남구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처벌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결국 원희룡 제주지사는 26일 “제주도민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들로 인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A씨 모녀에 대한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소송 원고는 제주도 예산으로 방역조치를 한 제주도와 영업장 폐쇄 피해 업소, A씨 모녀와 접촉해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제주도민들이다. 27일 현재까지 모녀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도민은 47명이다. 모녀의 방문으로 폐쇄된 장소도 20개나 된다.

이에 대해 정 구청장은 “유학생 딸 A씨는 지난해 9월 미국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강도 높은 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기분 전환을 위해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지난 20일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고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한 정 구청장은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 활동에 지장이 없었고, 자신 또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부연했다.

“제주시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 동안 별 탈 없이 제주 여행을 한 모녀는 22일 오후 표선에 있는 리조트로 숙소를 옮겼다”고 한 정 구청장은 “22일 오전 숙소 옆 병원에 간 것은 동행한 어머니의 위경련 증세가 있어 이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학생 딸은 어머니를 따라가 전날부터 발생한 코막힘 증세를 치료했는데 평소 알러지 비염을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아울러 정 구청장은 “이들 모녀는 지난 15일 입국해 20일부터 제주도 여행에 올랐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자가격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이 없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실제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 절차가 진행된 게 지난 22일부터다. 강남구에서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나온 게 23일이며 재난문자를 통해 14일간 자가격리해 줄 것을 당부한 날은 24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서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정 구청장은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제주도의 고충과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해외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격리는 정부가 특별입국 절차를 진행한 지난 22일 이전부터 강조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 구청장의 발언은 대중들의 화를 더 키운 셈이다.

공분한 네티즌들은 정 구청장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다” “정작 패닉 상태에 빠진 건 이기적인 강남 모녀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제주도 업소들이다” “이 시국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딨냐”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지 말지 구청장 발언에 더 화가 난다” 등의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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