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선? 사망자 나오면 당신 책임” 트럼프 최측근의 경고

국민일보

“경제 우선? 사망자 나오면 당신 책임” 트럼프 최측근의 경고

입력 2020-03-29 08:39 수정 2020-03-29 13:28
‘친(親) 트럼프’ 그레이엄, 트럼프에 읍소
“건강보다 주식시장 우선할 경우 공화당 위험”
트럼프, 조언 듣지 않고 경제활동 조기 재개 희망
공화·민주 주지사들, 초당적 ‘반(反) 트럼프’ 연대
식당·업소 등 재개 결정 권한은 주지사에게 있어
연방정부 도움 필요한 주지사들, 트럼프에 기울어

미국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왼쪽)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2월 28일 대선 유세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노스찰스턴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AP뉴시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당신이 보건 당국자들의 조언을 어기고 미국 경제활동을 서둘러 재개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책임을 당신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민들의 건강과 안전보다 상업과 주식시장을 더 우선시할 경우 올해 가을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3명의 백악관 당국자들과 공화당 의원을 인용해 이런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경고를 듣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우리나라는 닫혀져 있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경제활동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사회적 격리기간 2주가 끝나는 30일, 일부 권고사항들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개인적 읍소와 함께 일부 트럼프 참모들의 호소는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 올해 대선과 ‘이중 위기’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망자들이 늘고, 병원은 한계를 초과했으며, 경제의 붕괴로 수백만명은 이미 직장을 잃었으며 재정적 파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자 공화·민주 양당의 일부 주지사들은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각 주에서 식당·업소 등의 재개 시점을 결정할 권한은 주지사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여당의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다가올 (확진자) 급증을 대비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미국인들에게 ‘공중 보건과 경제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물어볼 경우 대답은 자명하다”면서 “‘사람 생명을 희생해 경제에 속도를 내라’고 말할 미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일부 주지사들은 대책을 함께 논의하는 등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초당적 연대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일부 주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선거유세를 재개할 경우 힘을 합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모든 주지사들이 ‘반(反) 트럼프’인 것은 아니다. 재정 지원이나 의약품 지원 등 연방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일부 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와 미시시피주는 경제활동의 이른 재개에 기울어져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그의 결정은 의료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은밀한 회의에서는 경제적 우려에 휩싸여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건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를 빨리 정상화시키라는 경제 지도자·부자 후원자·보수적 협력자들의 전화 홍수 속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미국인들의 절반으로부터는 비난을 받는 운명에 처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활동 재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밀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대처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관에 의존하고 자신이 이끄는 연방정부에 대해서도 불만과 회의감을 품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