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던 엄마…” 가족 고통 전한 집단성폭행 피해자 오빠

국민일보

“새벽에 울던 엄마…” 가족 고통 전한 집단성폭행 피해자 오빠

입력 2020-03-31 14:54 수정 2020-04-02 10:23
피해자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왼쪽). 오른쪽은 기사와 무관한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승강기 안 CCTV를 보면 가해자들이 쓰러진 동생을 시체 옮기듯 질질 끌고 갑니다. 그대로 맨 위층으로 올라가 범행을 저질렀어요.”

같은 학년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의 오빠 A씨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생의 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게 걱정스럽다”면서도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고,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낸다”고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씨 여동생은 지난해 12월 말, 가족들이 잠든 새벽 시간 학교 후배의 연락을 받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아침 머리가 헝클어진 채 귀가했다고 한다. A씨는 “동생이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기억조차 못 한다”며 “만신창이가 된 동생을 보고 집에 있던 어머니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 여동생은 가해자 2명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가 아니었다. 가해자들이 집중적으로 괴롭히던 학교 후배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됐다. 이들은 범행 당일 학교 후배에게 A씨 동생을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로 불러내도록 강요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창문을 넘어 아파트 지하 1층에 있는 헬스장으로 들어간 뒤 동생에게 술을 먹였다”면서 “동생이 쓰러지자 아파트 맨 꼭대기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가위바위로 순서를 정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는 태연하게 국밥을 먹으러 갔다”며 “동생이 차가운 계단에 쓰러져 있을 때 가해자들은 아침까지 챙겨 먹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분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사건 이후 소문을 피해 이사를 했고, A씨 동생도 다른 학교로 옮겼다. 가족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경찰서를 오가며 피해자 조사를 받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이 일상마저 피폐해졌다.

A씨는 “한때 제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도 울지 않았을 정도로 엄마는 강인한 분이셨지만, 그날 이후 잠이 안 와 새벽에 뒤척이다 보면 엄마가 혼자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털어놨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A씨 동생도 여전히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평소 오빠 말도 잘 듣고 (성격도) 밝았던 동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어떻게든 처벌을 피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가해자 중 한 명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가해자가 쓰러진 동생에게 침을 뱉고 폭행한 사실도 들었다”며 “아직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내용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인 것과는 별개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불법촬영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가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의 어머니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A씨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딸을 ‘술 먹여 건드렸다’고 이야기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반면 딸은 자해를 시도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호소했다. “가해자의 부모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변호사와 함께 모든 사실을 부인하며 범죄를 은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 어머니가 올린 청원은 이날 오후 2시31분 기준 22만9004명의 동의를 얻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B군 등 중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B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올해 1월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B군 등 2명에게 출석 정지 3일과 함께 강제 전학 처분을 했다. 이들은 이후 인천 지역 다른 중학교 2곳으로 각각 옮겨 재학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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