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남양주시장 “긴급재난지원금, 어찌 하오리까”

국민일보

조광한 남양주시장 “긴급재난지원금, 어찌 하오리까”

2일 호소문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일관된 기준과 정책적 목표 희미해져” 지적

입력 2020-04-02 21:45
조광한 남양주시장. 남양주시 제공

조광한 경기도 남양주시장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각자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는 모든 시민에게 간절한 소망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조 시장은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확보에 대한 어려움과 현재 긴급재난지원금 기준 설정에 대한 고민에 대해 토로하며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시민을 격려했다.

◇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호소문 전문

중국 우한시에서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때는 지금껏 인류를 괴롭혔던 몇 번의 바이러스처럼 또 한 번 세상을 할퀴고 지나가겠구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한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은 순식간에 국경을 건너 한반도로 들어오더니 방역 태세도 다 갖추지 못했을 때 불쑥, 우리 시의 문지방을 넘었습니다.

2월 말부터 언론은 연일‘마스크 대란과 비참한 줄서기’를 꼬집었고 저 역시도 시민들의 아우성과 분노를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습니다. 단 몇 장의 마스크라도 더 구해보고자 백방으로 뛰면서 그야말로 통사정까지 하며 매달렸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은 고작 1만5000여장이 다였습니다. 70만 시민에 1만5000장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입니다.

‘어찌 하오리까’라는 무력감 속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숙고 끝에 공개 추첨방식을 택해 그 얼마 안 되는 마스크를 시민께 나누어드렸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자문해 보면 여전히 자신은 없습니다.

‘마스크’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그 다음은 바이러스와의 전면전에 내몰렸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건너야만 하는 긴장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다닙니다. 보건소로부터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문자를 받을 때면 입이 마르고 온 신경은 바짝 곤두섭니다.

여전히 실체를 명확히 모르는 ‘그 못된 녀석’은 이제 바로 턱 밑까지 치고 들어왔습니다. 방역 전쟁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에 경제 파탄의 쓰나미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서 말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절실하지만 지자체별로 앞 다퉈 내놓는 대책은 그 대상과 금액,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일관된 기준과 정책적 목표는 희미해지고 어디는 40만원, 또 어딘가는 10만원, 5만원 이라는 각자도생의 셈법만 남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시의 재정 형편은 타 시군에 한참 못 미칩니다.

정부 기준에 따른 분담비용을 마련해 내는 것도 녹록 치는 않습니다. 다시금 ‘어찌 하오리까’라는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나은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분들께 집중 지원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단무지처럼 뚝 잘라내는 쉬운 결정은 저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어떠한 선택을 한다 해도 모두에게 환영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과 후회 역시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

그저, 단 한 분이라도 더 무탈하게 이 험난한 시기를 견뎌내실 수 있도록 온 맘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할 뿐입니다. 오늘도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바이러스와의 싸움 중에 계신 수많은 분께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린다면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하고 우리의 아들, 딸들은 살려내야 합니다.

남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조광한 시장

남양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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