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신 며칠째 거실 방치” 시신 대란 맞은 남미 상황

국민일보

“남편 시신 며칠째 거실 방치” 시신 대란 맞은 남미 상황

입력 2020-04-03 10:31
에콰도르 도시 과야킬의 병원 앞에서 한 유가족이 수습되지 못한 시신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AF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에콰도르 과야킬이 장례 대란을 겪고 있다. 하루 15시간의 통행제한으로 이동이 제한된데다 사인이 코로나19일지도 몰라 장의사 등 종사자들이 수습을 꺼리는 탓이다.

의료와 장례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시신들도 제때 수습되지 못해 존엄한 죽음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과야킬 당국은 지난 3일간 군과 경찰이 시내 거리와 집에서 15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장례 시스템에 차질이 생겨 일부 시신이 여러 날 동안 방치된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에콰도르는 브라질, 칠레에 이어 중남미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데, 현재까지 확진자 3163명 중 절반이 과야킬에서 나왔다. 에콰도르 전체 코로나19 사망자는 120명으로 확인됐다.

의료인력들이 관에 모신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

에콰도르 과야스 주의 주도인 항구도시 과야킬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수가 많다.

감당하기 힘든 코로나19 확산으로 에콰도르 당국은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하루 중 15시간 동안 통행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과야킬의 의료뿐만 아니라 장례 시스템도 마비됐다.

과야킬에선 며칠째 집안에 방치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줄이었다. 로이터통신은 거리에 파란 천이 덮여 있는 시신 사진을 보도했다.

과야킬에선 일 평균 40명이 자연사한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에콰도르에서 자연사한 사람의 절반 가량은 집에서 사망했다. 집에서 사망한 시신은 당국이나 장례업체가 와서 수습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시민들이 급히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현재 에콰도르는 일 15시간 통행금지, 코로나19 감염우려로 의료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이다. AFP연합

다른 질병을 앓던 사람이 코로나19로 의료가 마비되면서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시신의 사인이 코로나19 감염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장례업체는 코로나19 사망자일지도 모를 시신의 수습을 꺼렸다. 병원에서 사망한 시신 역시 제때 옮겨지지 못했다.

결국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계속 쌓여만 가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남편이 고열과 호흡 곤란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카리나 라레아는 AP통신에 “검은 비닐봉지로 싼 남편의 시신이 여전히 거실에 있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함께 남은 가족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찾아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에콰도르 당국은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시신 수습과 매장에 나섰지만 여전히 방치된 시신이 많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 지역에 코로나19 사망자를 집단 매장할 공동 묘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을 받자 계획을 철회했다.

과야킬 시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운영하는 묘지에 시신 2000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한 사람씩 존엄하게 매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