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만 나오면…” 아마추어 ‘전염병 학자’가 된 개미?

국민일보

“코로나 백신만 나오면…” 아마추어 ‘전염병 학자’가 된 개미?

투자자들 ‘확진자·백신’ 추이 관심… 묻지마 투자 경계령도

입력 2020-04-05 10:04 수정 2020-04-05 13:53

직장인 정모(37)씨는 요즘 주가 차트나 기업 분석 보고서보다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통계를 더 눈여겨보고 있다. 확산세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이 ‘투자 적기’라고 생각해서다. 정씨는 “과거 전염병 통계를 분석해보니 공포가 최대치에 이른 순간이 ‘바닥’이었다”며 “분할 매수로 우량주를 사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최모(35)씨도 코로나19 백신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최근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적 경제 여파’ 논문을 주변 투자 동료들과 돌려봤다. 최씨는 “결핵 백신(BCG) 등 코로나 치료제 후보군과 미국 제약업체 존슨앤존슨 등의 임상 실험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 회복이 좌우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끝없는 수렁에 빠트리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이른바 ‘코로나 전문가’로 변신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언제 멈출 것인지, 과연 백신은 개발될 수 있는지 ‘열공’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국이 통화·재정정책 등 쓸 수 있는 무기를 사실상 거의 다 쓴 상황에서 시장의 출렁임을 잠재울 수 있는 건 결국 코로나 사태의 종료에 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투자자들은 모두 아마추어 전염병 학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반등과 추가 하락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의 ‘유동성 공급’ 방침으로 10% 안팎 반등했지만, 코로나 여파가 반영된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다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700 포인트라는 1차적 되돌림 목표치를 달성한 후 (코로나) 백신 등 이벤트 중심의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장기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업체 씨젠은 연초 이후 3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지난 3일 기준 9만3500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단키트를 지원해 달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다음날부터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0위권에 머물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4위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한 셀트리온도 지난달 31일 23.78%나 급등했다. 올 1분기 코스피 지수가 20.16% 내린 상황에서도 KRX헬스케어(11.26%)·의약품(11.17%)·KRX건강(9.88%)·코스피200 헬스케어(3.44%) 등 제약·바이오 관련 지수는 유일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묻지마 바이오 투자’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높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 키워드 만으로 주가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치료제·백신 개발 착수만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고 연결짓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옥석 고르기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향후 주목해야 할 기업은 체질 자체가 개선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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