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영진 교체 두고 에어로케이 지주사 AIK·국토부 ‘진실 공방’

국민일보

[단독] 경영진 교체 두고 에어로케이 지주사 AIK·국토부 ‘진실 공방’

AIK “국토부에 경영진 교체 문제없다 확인” vs 국토부 “그런 사실 없다”

입력 2020-04-07 07:30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의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분쟁이 에어로케이 지주사와 국토교통부 간의 ‘진실 공방’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에어로케이의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항공 당국인 국토부로부터 에어로케이 경영진 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반면 국토부는 “서면 회신을 한 사실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오히려 경영진 교체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에어로케이에 전달했다고 강조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에 주목한다. 만약 국토부가 에어로케이 경영진 교체 결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면 사실상 ‘면허 우회 행위’도 합법이라고 승인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해외자본도 자회사인 항공사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식으로 내에서 항공사를 간접지배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장규 AIK 대표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국토부로부터 에어로케이의 경영진 교체는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주총이 끝난 뒤 에어로케이 임직원들에게 같은 취지의 발언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AIK는 이사회 소집에 앞서 에어로케이의 이사 및 감사 선임 문제에 대해 미리 국토부 당국에 서면으로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양해를 받았다. 에어로케이 이사진 재구성은 AOC 취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AOC는 항공사업면허(ACL)를 받은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직, 인력, 시설 및 장비, 운항·정비관리 및 종사자 훈련프로그램 등 안전운항체계를 갖추었는지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제도다. 항공사 시험비행 능력도 평가한다. 실제 노선 운항에 앞서 통과해야할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AIK 고위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일 에어로케이의 이사진 개편을 의결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대표이사 외 경영진 교체를 주무부처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AOC 발급 전이라 국토부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AIK로부터 받은 공문이 없을뿐더러 에어로케이 경영진 교체에 대한 국토부의 의견을 담아 회신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국토부를 언급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서면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경영권 분쟁이 항공 안전에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에어로케이 관계자들에 주의를 줬다”며 “안전 담당 경영진을 교체하는 사안은 항공사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이다.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분쟁이 안전 관련 업무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AOC 발급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항공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면 즉각 면허취소도 검토하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AIK는 지난달 6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된 에어로케이 이사 2명(항공 안전보안 전문가·IT 전문가)을 박장우 에어로케이·에이티넘파트너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오준석 에이티넘파트너스 상무로 교체키로 했다. 또 사외이사에 KBS 가요무대를 진행하는 김동건 아나운서와 검사 출신 옥선기 변호사, 감사에 장두순 삼덕회계법인 회계사를 선임키로 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에어로케이 내부에서는 항공 전문가들이 아닌 인물들이 경영진으로 포진할 경우 안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AOC 발급 이전에 경영진을 교체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사실상 면허 우회 행위도 용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경우 외국인도 얼마든지 국내 항공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현재 항공안전법에선 외국인이 항공사의 주식이나 지분을 2분의1이상 소유하거나 사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모회사를 만들고 신규 항공사를 자회사로 내세워 면허를 취득하면 얼마든지 국내에서도 항공사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결격사유가 없는 경영진으로 우선 항공사업면허를 취득한 뒤 경영진을 교체하는 식으로 항공업에 누구든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안규영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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