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선 사재기하는데…땅바닥에 우유 버리는 美 낙농가

국민일보

마트선 사재기하는데…땅바닥에 우유 버리는 美 낙농가

입력 2020-04-07 09:25
미국 낙농가 농장주들이 우유를 땅에 쏟고 있다. 우유를 대량 구매하던 식당, 호텔,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격폭락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USA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도시 지역의 주민들은 식료품점에서 우유를 찾아헤매고, 산지인 낙농가에서는 우유를 대량으로 내다 버리는 희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제품을 대량 소비하던 대형 식당·학교·호텔 등이 코로나19로 줄줄이 문을 닫아 수요가 크게 줄고, 그 결과로 유제품 가격이 급락하자 우유 폐기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장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갓 짜낸 신선한 우유를 폐기 처분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치즈 제조에 사용되는 우유의 선물가격은 지난 1년간 100파운드당 16~18달러 사이를 오갔으나 현재는 2016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인 1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치즈 선물가격도 덩달아 1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지난 1년 간 16~18달러 사이에 박스권을 형성하던 미국의 우유 선물 가격이 13달러대로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

하루 만에 우유 2만5000갤런(9만4000리터)을 폐기처분한 위스콘신주 웨스트 벤트 지역의 한 농장 주인은 “많은 사람들이 식료품점에 음식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데 우리는 배수구에 우유를 버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불황은 낙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로리다주의 한 호박 농가는 수요 부족으로 밭을 갈아엎었고, 아이오와 및 네브래스카주의 옥수수 에탄올 공장들은 에너지 수요 둔화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주민 비자 발급이 축소되면서 농가 일손 부족도 심각하다.

미국 농가들은 약 25만명으로 추산되는 멕시코 출신 노동자들에게 농산물 수확을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농업 분야 임시 취업비자인 H-2A 비자 발급이 축소되자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지역의 과일·채소 농장주 협회 관계자는 “상하기 쉬운 농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농가에 큰 타격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양상추를 재배하는 애리조나의 농장주도 “여름철 농산물을 수확할 일손이 부족해 몹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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