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첫날, 학원서 ‘원격수업’ 듣는 학생들

국민일보

온라인 개학 첫날, 학원서 ‘원격수업’ 듣는 학생들

입력 2020-04-09 14:19

9일 고3·중3부터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학생은 학원에 가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영어·수학 전문 보습학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학원을 오픈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다.

이 학원은 “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표로 원격수업을 한다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잘 들을지 걱정일 것”이라면서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걱정되시리라 생각된다”고 학부모들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출석 체크할 시간 이전인 오전 8시30분까지 등원시켜 주시면 발열 체크 및 손 소독 후 교실에 입장시키겠다”며 “교실에서는 개인 간 거리 2m를 유지할 것이고, 스마트기기 충전기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학원은 “수업 중 산만하거나 자리를 비우는 등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를 덜어드리도록 할 것이며, 방역 및 위생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

충남권의 한 보습학원도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날부터 자습실을 열기로 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휴원이 길어지면서 운영난이 심하다며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원생들을 모집해야겠다는 입장이다.

동네 보습학원뿐 아니라 대치동·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유명 학원과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까지 학교의 원격수업을 위한 ‘자습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학원가 움직임에 학부모들 의견은 엇갈린다.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산만해질 텐데 아이가 학원에 가면 안심일 것”이라는 의견과 “학원에 등원한 아이가 무증상 감염자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집단 감염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교육 당국은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듣는 것에 대해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또는 ‘거짓·과대광고’ 등 학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교육지원청은 이날 학원들에 “일부 학원에서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해주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는 감염병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온라인 개학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인데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원 현장 점검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 학원법 위반 행위로 보고 바로 시정 조치할 것이며, 관련 법을 어기는 행위는 아닌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전국 학원·교습소 12만6619곳 가운데 4만657곳(32.1%)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휴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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