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장관, 온라인 개학 축사하자 서버가 다운됐다”

국민일보

“유은혜 장관, 온라인 개학 축사하자 서버가 다운됐다”

중3 담임교사 인터뷰…“온라인 교육의 발견? 교육부 무능의 재발견이었다”

입력 2020-04-10 00: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중·고교가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온라인 개학식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중3과 고3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9일 오전 9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이라며 “온라인 개학은 교육이 미래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축사를 전했다. 같은 시각, 교육부가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EBS 온라인클래스의 서버는 과부하로 다운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서울 모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A씨(30)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교육부가 현장 의견 수렴은 안 하냐’ ‘무계획적이다’ 등 아우성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5주하고도 3일이나 개학이 연기될 동안 교육부가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매뉴얼을 만들지 않아 일선 교사들이 일일이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개강 첫날 일과는

“요즘 학교는 콜센터처럼 운영된다. 전화 통화로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학부모·학생의 문의에 답변한다.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까지 출근해서, 담임반 학생 20여명과 과목 담당 학생 170여명까지 200명 가까운 학생들의 EBS 온라인클래스 회원가입 여부를 확인했다. 해당 플랫폼은 학생이 직접 회원 가입을 한 뒤에 소속학교 및 국·영·수·사회·과학 등 과목별로 하나하나 등록해야 한다. 2시간 정도 가입을 안한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했다. 방학 동안 밤낮이 바뀌었는지 잠든 학생들도 있어 몇차례 전화를 돌려야 했다. 이걸 하면서 오전 8시40분부터 낮 12시 사이에는 담임반 학생들의 출석 체크를 했다. 네이버 밴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교사는 온라인 출석부를 올리고, 학생들은 댓글로 응답한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수업 영상을 자유롭게 시청한다. 우리 학교는 과목마다 1주일 단위로 영상 시청 여부를 확인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놀던 학생이 금요일 하루만에 1주일치 영상을 몰아보는 상황도 가능하다.”

-교육부 차원의 준비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개학이 예정보다 5주하고도 3일이나 밀리는 동안 교육부는 온라인 강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 개별 학교의 재량에 맡겼다. 교육부가 이제야 매뉴얼을 만드는 모양인데 너무 늦었다. 교사들은 지난주부터 강의 영상을 제작하지 않았나. 교사들이 일일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출석 평가도 애매하다. 교육부에서 지각, 조퇴 등에 대한 지침을 주지 않아서 학생이 부모나 친구 등에게 본인 아이디를 알려주고 온라인 대리출석을 부탁하거나 혹은 출석만 해두고 잠을 잔다면 통제할 수 없다. 지금 출석 검사는 학생들 생존 신고 수준이다.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컴퓨터 교육이 코딩 위주로 개편되면서, 인터넷 기본기능이나 문서 프로그램도 다루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혼자선 EBS 회원가입도 못하는 학생들이 반마다 5~6명씩 있다. 이런 아이들은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당부하고 하루에 1, 2명씩 학교로 불러 EBS 회원 가입을 돕고 있다.”

-수업 진행 과정에서 부딪치는 애로는

“서버도 문제가 많다. 우리 학교가 사용하는 EBS 온라인클래스 서버가 오전 10시쯤 폭발해서 접속이 끊기거나 동영상 버퍼링이 심해졌다. 담임교사들에게 ‘서버 접속이 안된다’는 학생들 전화가 쏟아졌다. ‘나도 접속이 안된다’ ‘1시간 뒤에 다시 접속해보자’ 이렇게 달래느라 교사들이 진땀을 뺐다. 교사들 사이에선 ‘밤 10시 이후에 집에서 강의영상을 등록하라’는 꿀팁이 돌아다닌다. 수행평가도 곤란하다. 현행 제도상 학교현장에서 실시된 수행평가만 성적을 매길 수 있고, 온라인으로 내준 과제부여형 문제는 평가할 수 없다. 즉, 교사가 네이버·구글폼으로 내준 온라인 과제는 의무도 아니며 성적을 매길 수도 없다. 학생들이 ‘이거 성적에 들어가냐’고 물어오는데 과제를 안 해와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 제작에 어려움은 없는지

“영상 제작에는 컴퓨터 화면과 음성을 녹화하는 OBS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화면에는 수업자료를 띄우고 교사는 마이크에 대고 설명하는 식이다. 강의영상 길이는 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한다. 우리 학교는 우리 학교는 수업은 20~30분 녹화하고 15~25분은 활동시간으로 비워둔다. 그 내용을 숙지한 소수의 교사가 다시 서투른 동료 교사들을 도와가며 강의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일례로 우리 학년 부장선생님은 58년생으로 동영상 촬영·편집과 과제용 구글폼 제작에 서툴러서 내가 하나하나 도와드려야 한다. 영상을 업로드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은 ▲전국 17개 시도통합 초·중등 온라인 학습서비스인 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 ▲구글클래스룸 세 가지이다. 우리 학교는 연구 담당교사 1명이 온라인 강의용 플랫폼을 직접 선정하고 연구해서 지난 1일 교사 40명 전체에게 전달했다.”

-수업영상 제작하면서 저작권 문제는

“현행법상 교실 수업에서는 인터넷 사진자료, 영화, 뉴스영상을 인용할 수 있는데 2차 가공물인 온라인 강의에서는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법무법인 등이 교사들의 저작권 위반 사례를 적발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출판물 관련 사이트에 교사들이 문의 댓글을 너무 많이 올리고 전화를 걸어서 출판사마다 공지를 올렸다. ‘출판물의 사진 및 내용을 인용하되, 무단배포금지 문구 및 출처를 달아달라’는 식이다. 뉴스나 영화, 인터넷 이미지들은 인용하지 않는다. 저작권 부분 역시 교육부가 출판사 등과 합의하거나 적법한 인용방식을 정리해주지 않아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했다.”

온라인 수업을 풍자한 이미지가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이 언택트 교육의 재발견이 될 수 있을지

“온라인 교육의 재발견이 아니라 무능한 행정을 재발견했다. 오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온라인 개학 축사식에서 새로운 도전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기회라고 발표했는데, 때마침 EBS 온라인클래스 서버가 다운돼서 교무실에서 ‘현장 의견 수렴 안 하냐’ ‘무계획적이다’ 등 교사들의 아우성이 터졌다. 교육부 장관을 필두로 교육부 공무원들은 입장표명과 일정 공지만 할 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부장관 입장을 뉴스로 확인하고 나서야 휴학 및 개학 일정을 알게 될 정도였다. 대부분 지침이 ‘단위 학교 상황에 맞게 운영하라’고 지시하는데 이것은 현장에 자율권을 주는 게 아니라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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