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안 가보셨겠지만”…판사 당황시킨 ‘박사’ 공범 반성문

국민일보

“교도소 안 가보셨겠지만”…판사 당황시킨 ‘박사’ 공범 반성문

입력 2020-04-10 12:06 수정 2020-04-10 13:01

“(판사님은) 교정기관에 수용자로 가보신 적이 없으시겠지만...”

‘박사’ 조주빈(25·구속)씨의 공범인 사회복무요원 강모씨가 재판부에 낸 반성문 내용 중 일부다. 강씨는 고교 시절 담임교사를 수십차례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을 이용해 조씨에게 미성년자 등 피해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넘기는 방식으로 성착취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장인 손동환 부장판사는 강씨가 낸 반성문에 대해 “이렇게 쓴 것을 반성문이라고 잘 이야기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강씨가 억울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주로 담아 반성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 부장판사는 “이게 무슨...”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손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반성문을 내면서 ‘교정기관에 수용자로 가보신 적은 없으시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본인이 (원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반성문에 ‘저만 고통 받으면 모르겠지만 가족과 지인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표현도 썼다.

손 부장판사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시려면 생각을 하고 쓰는 게 본인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강씨 측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은 “사전 검토된 게 아니라 내용을 확인 못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7일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는 지금까지 3차례 반성문을 냈다.

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억울하다는 자세를 취하는데, 피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강씨가) 검찰 마지막 조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 극형에 처해달라’고 했는데, 그 마음은 지금도 같다”며 “표현이 부족했던 것 같으니 피고인과 잘 상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날 예정됐던 강씨의 결심공판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해 (박사방 관련) 성착취 범행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기소가 되면 같이 처리하는 게 좋겠다”며 사건 병합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은 전담 재판부가 따로 있다며 병합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오는 13일 조씨와 공범들의 수사 결과가 나온다며 기일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기일을 다음 달 1일로 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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