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강도야” 외침에 흉기든 범인 뒤쫓은 초등학생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강도야” 외침에 흉기든 범인 뒤쫓은 초등학생들

입력 2020-04-23 11:32
초등학생들과 택시기사가 범인의 뒤를 쫓고 있다. YTN 캡쳐

16일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에서 때아닌 도주극이 펼쳐졌습니다. A씨(48)가 식당 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난 것입니다. 혼자 힘으로 A씨를 제압할 수 없었던 식당 주인은 “강도야!”라고 외쳤습니다.

택시기사와 초등학생들이 식당 주인의 절박한 외침을 들었습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택시기사는 몽둥이를 들고 A씨를 쫓아갔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추격전을 벌이며 A씨의 뒤를 턱 끝까지 쫓아갔습니다. 이들은 A씨를 붙잡아 격투까지 벌였습니다.

A씨가 범행 이후 급하게 도주하고 있다. 몽둥이를 든 택시기사가 A씨를 뒤에서 쫓고 있다. YTN 캡쳐

하지만 A씨는 끝내 시민들의 추격을 뿌리쳤습니다. 그는 여러 번 택시를 갈아탄 끝에 강릉에 도착했습니다.

A씨의 도주극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A씨가 원주에서 급하게 도주할 때 흘린 지갑이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시민들은 지갑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인적사항을 확인한 경찰은 강릉까지 달아난 A씨를 17시간 만에 체포했습니다.

원주경찰서는 지난 22일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을 줬다”며 택시기사와 초등학생 등 4명에게 표창을 수여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어린 학생들을 보니 희망이 보인다” “강도가 흉기를 들고 있지만 끝까지 쫓아간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군요.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아이들을 칭찬하면서도 걱정 섞인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A씨를 쫓다가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네티즌은 “성인 택시기사분이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범인이 애 하나 흉기로 어떻게 했으면 어쩔뻔 했나”라며 “이런 일에 함부로 나서지 않도록 애들에게 주의를 줘야지, 모두를 영웅처럼 만드는 뉘앙스라 거북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대로 A씨를 쫓은 시민들이 큰 위협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A씨를 쫓은 사람들이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더욱 컸죠. 하지만 용기를 내서 A씨를 쫓은 행동부터 칭찬해주는 건 어떨까요. 택시기사와 초등학생들이 있었기에 A씨가 지갑을 흘렸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감사한 마음을 전한 다음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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