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기부하려고요…” 보자마자 뜯어말린 사람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기부하려고요…” 보자마자 뜯어말린 사람들

입력 2020-05-09 00:35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의료봉사한 돈이 들어왔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최전방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복귀한 한 의료봉사자가 쓴 글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수당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계획을 들은 네티즌들은 어떤 이유인지 “그러지 말라”며 그를 뜯어말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의료봉사자 A씨가 쓴 짧은 글은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봉사 가기 전 지원금 이야기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저는 단순히 코로나19를 위해서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큰돈을 받게 됐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국민의 세금인 만큼 잘 써야 하는데…”라고 고민하더니 “만약 돈이 들어오면 의미 있는 일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되도록 아직까지 고생하고 계신 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보건복지부 이름으로 546만2030원이 들어온 통장 내역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A씨는 의료봉사를 하는 동안 환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 왔으며, 임무를 다 한 뒤에도 최소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지켰습니다. 당연히 별도의 경제 활동은 없었을 거고요. 그런데도 고생 끝에 받아든 돈을 기부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한 겁니다.

네티즌들은 따끔한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나라가 위급할 때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봉사하신 데 대한 최소한의 답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해 쓰시길 추천합니다” “생명을 걸고 봉사했으니 본인을 위해 아낌없이 쓰는 게 가장 좋겠네요” “스스로에게 큰 상을 주세요” “본인의 건강에 먼저 기부하세요”. 물론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방역 모델을 본받자”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다” 무수히 쏟아지는 외신 보도들이 알려주듯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K-방역’이라는 말까지 생겨나며 국민을 뿌듯하게 했는데요. 이같은 찬사를 가능케 한 배경에 의료진의 희생이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SNS 등을 통해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하는 것도 국민 모두의 마음이 같기 때문이겠죠.

수당을 기부하겠다는 A씨를 단호하게 말린 네티즌들 역시 그렇습니다. 의료진들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담은 대답이었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고 있을 그들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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