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위협…” 극단선택한 관리소장 수첩에 쓰인 말

국민일보

“여성 비하, 위협…” 극단선택한 관리소장 수첩에 쓰인 말

입력 2020-05-21 17:07 수정 2020-05-21 17:29
지난 10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가 작성한 근무일지가 경비초소 책상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갑질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이어 경기 부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의 상습 폭언에 시달리던 60대 여성 관리사무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21일 연합뉴스TV에 따르면 경기 부천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달 29일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유족과 지인들은 A씨가 건물 배관공사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들의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유가족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이) 모욕과 업무방해를 가했다”며 “스스로를 추스를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빠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A씨 지인 역시 “(해당 주민들이) ‘너는 뭐 하는 거냐’ ‘소장이 여기서 제일 나쁘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며 “A씨가 열흘 이상 못 드셨다. 드시면 계속 구토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실 앞에서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공개된 A씨의 업무수첩에는 공갈·협박, 2차 피해, 문서손괴 등 관련 법 처벌 조항이 메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잦은 비하 발언, 여성소장 비하 발언, 위협, 모욕적 발언, 갑질과 같은 표현들도 나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을 빚었던 일부 입주민들은 배관공사 업체와 시기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 입주민은 “주민들이 (A씨의) 과오를 상관하지 않았다”며 “(A씨가) ‘클레임이 많으니까 그만두겠다’라고 하면 주민들은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며 끌어안았다”고 연합뉴스 TV에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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