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동훈 사단을 만나다 ②

국민일보

KT 강동훈 사단을 만나다 ②

“우리가 하나 돼야 선수들이 따라오죠”

입력 2020-05-22 08:00
KT 스포츠단 산하 프로게임단 ‘KT 롤스터’의 코치진이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연습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최승민 코치, 강동훈 감독, 최천주 코치. 이들은 이른바 ‘강동훈 사단’으로 불린다. 윤성호 기자

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프로게임단 KT 롤스터 연습실에서 ‘강동훈 사단’을 만났다. 강동훈 사단이란 지난해 킹존 드래곤X(現 DRX)에서 뭉쳤다가, 올해 KT에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강동훈 감독과 최승민, 최천주 코치를 뜻한다.

인터뷰 1부에선 올해 스프링 시즌을 5위로 마친 소감, 개막 5연패와 이후 8연승을 달리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다룬다. 2부에선 코치진의 역할 분업과 유망주 육성 등 이들의 지도 철학에 대해 다룬다.

-스토브리그,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강동훈 감독=사실 스토브리그가 제일 힘든 시기다. 올해는 리빌딩을 빨리 준비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 코치진 계약부터가 늦었다. 전략을 짜는 것도 힘들었다. 원래 9~10월부터 라인별로 타깃을 정하고 분석했어야 했다. 예산도 배정받고, 선수도 일일이 접촉해야 하고. 그런 사정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잘 된 리빌딩이라고 생각한다. 한 3일 만에 끝났나.

-선수들도 누가 오는지 서로 몰랐다고 들었다

△최승민 코치=맨 처음 ‘에이밍’ 김하람이 오겠다고 했다. 하람이와 코치 셋, 네 명이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하람이가 “저는 누가 와도 상관없어요. 믿어요”라고 하더라.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웠던 거는 “믿으면 (도장) 찍어”라는 말에 응했던 거다. 팀에 하람이가 있단 얘기도 안 했다.

△강동훈=최승민, 최천주 코치에게 고맙다. 선수가 오는 대로 한다고 했다. 코치진은 선수단이 어떻게 구성되든, 구성되는 대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선수단도 코치진도 어떻게 꾸려질지 모르는데 물어보질 않더라.

-강동훈 사단, 새 팀에서 다시 뭉친 이유는

△강동훈=작년에 너무 아쉬움이 남았다. 코치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혼자서 코치진의 역할을 다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독보적으로 잘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각자가 그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2017~2018년에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 2017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2018년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해외 팀을 보면서 벤치마킹했다. 유럽, 북미 코치들 노트북 들고 다니고, 밴픽은 또 어떻게 하고….

이후에 우리도 해외팀 코치진처럼 해보자고 해서 멘탈 코치, 분석가 등으로 역할을 나눠봤다. 그랬더니 2019년에 꽤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바라던 대로 될 것 같았는데 막판에 삐거덕거려 아쉬웠다. 이걸 완성시키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한 번 더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코치들에게 제안했다.

e스포츠도 기성 스포츠의 좋은 부분을 가져와야 한다. 축구엔 골키퍼 코치, 수비 코치, 전문 트레이너가 다 있다. 야구도 주루 코치, 타격 코치가 따로 있다. e스포츠도 그런 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더 많은 스태프가 필요하다. 분석가도 한 명으론 안 된다. 메타에 따른 분석이 다 다른 까닭이다. 더 체계화해야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굳이 내 이름을 따서 ‘강동훈 사단’이라 부를 필요도 없다. 우린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집합인 거다.

△최승민=이런 시스템 관련 이야기를 감독님과 자주 했다. 솔직히 작년에 스쿼드만 봤을 때 그 누구도 그 팀(킹존 드래곤X)을 상위권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엔 스프링 시즌에 어느 정도 결과로 보여주지 않았나. KT로 올 때 선수는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강동훈=최천주 코치는 선수 출신이다. 선수 개인 기량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고, 밴픽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나나 최승민 코치도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곤 하지만, 아무래도 선수 출신으로서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있을 것이다.

최승민 코치는 데이터 관련한 것들을 맡고 있다. 연습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나 리그의 데이터를 정리한다. 우리 팀의 분석가와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전략적인 자료를 정리하고 공유해 전달해준다.

△최천주 코치=작년에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다들 그랬겠지만. 그래서 다시 한번 똑같은 구성으로 증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게 전부였다. 여러 가지로 상황이 복잡했는데, 복잡한 거를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믿었다.

△강동훈=최천주 코치는 항상 저렇다. 누가 머리 쥐어뜯고 있으면 옆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한다. 역할이 나뉘어있지만 최천주 코치가 피드백하고 내가 밴픽을 할 때도 있다. 종종 선수로부터 들은 얘기가 각자 다를 때가 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하나 돼야 선수들도 따라온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해 롤드컵을 보니 개인 기량 못지않게 팀적 완성도가 중요하던데

△강동훈=2018년 MSI 때 느꼈다. 절대 안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열 네버 기브업(RNG) 만나서 지지 않았나. ‘추격자의 나이프(초록 강타)’ 사라지고, ‘시야석’ 사라지고. 특히 초록 강타가 없어지면서 운영 위주로 플레이하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팀들 양팔이 잘렸다.

정보 수집이 부족한 상황이 되자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운영이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까 수비적으로 임하게 되고, 날개 운영을 못 하게 됐다. 우리가 1-3-1 스플릿만 해오는 동안 상대는 1-4 스플릿을 숙달해왔다. 라인 밀어놓고 잘리고, 한 웨이브 버리고 붙어주고. 펀플러스 피닉스도 그렇고, 2019년 킹존도 이런 팀적인 운영의 비중이 컸다.

-KT 팬들의 또 다른 염원, 유망주 육성이다

△강동훈=KT에 왔는데 연습생이 한 명도 없어서 마음 아팠다. 아, 딱 한 명 있었다. ‘딘(現 소환사명 제카)’ 김건우. 최승민 코치가 프런트 직원과 함께 직접 포항까지 찾아가서 만났었다. 나머지 라인엔 아무도 없었다. 힘들었다. 이미 다른 팀들은 대부분 스쿼드를 갖추고 있으니까.

-요즘엔 다이아 하위 티어까지 내려가서 유망주를 찾는다고 들었다

△강동훈=플레티넘까지도 내려간다. 지금 미드라이너 연습생도 플레티넘에서 건진 친구다.

△최승민=내가 솔로 랭크에서 만난 친구인데 느낌 있는 플레이를 하더라. 게임이 끝난 뒤 물어보니 16살이라고 했다. 혹시 프로게이머 될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한 6달 뒤쯤인가, 그 친구가 그랜드 마스터 티어까지 올라왔다. 바로 불러서 테스트 맺고 계약 맺었다.

△강동훈=유망주를 직접 데려오고, 키우려면 시간이 걸린다. 연습생 생활을 1, 2년은 거쳐야 선수가 쓸 만해진다. 재능 있는 친구들 기준이다. 연습생은 지금도 뽑고 있다. 작년 12월쯤에 연습실을 오픈한 뒤부터 라인별로 테스트 보고 있다. 2군에 5명, 3군에 5명씩 두는 15인 스쿼드가 목표다.

-킹존 시절부터 유망주 육성에 관심이 많았다고

△강동훈=맞다. 관심이 많았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 2017년부터 보고서를 만들어 상부에 제출하고, 연습실 지원 요청하고 그랬다. 3군부터 1군까지 콜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케리아’ 류민석이랑 ‘쿼드’ 송수형이 그 시작이었다. 두 선수는 우리가 뽑았다.

예전에는 요즘처럼 연습생 모집 공고를 내거나 그런 게 없었다. 선수들 솔로 랭크 게임을 관전하다가 느낌이 좋으면 데려왔다. ‘칸’ 김동하도 2015년부터 데려오려고 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극단적이었지만 잘하더라.

류민석은 2017년 롤드컵 이후에 찾았다. ‘라스칼’ 김광희의 솔로 랭크를 관전하는데 애가 잘하더라. ‘얘 뭐야, 몇 살이래?’하니까 다들 모르더라. 2018년 5월쯤 킹존 숙소로 데려왔다. 송수형도 비슷했다. 당시에 유명한 카시오페아 원챔 유저였다. ‘비디디’ 곽보성이 ‘솔카 형’이랬는데, 직접 얘기해보니 17세더라. 얘가 주변 사람들한테 23세라고 나이를 속인 거다.

△최승민=지금 우리 팀 연습생은 아직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미션을 주신다. 솔로 랭크에서 특정 점수 이상에 도달해야만 자신의 소환사명 앞에 ‘KT’를 달 수 있다.

△강동훈=킹존도 제가 관리하는 동안엔 그랬다. 목표 설정을 계속해줘야 한다. 1차가 소환사명이다. 그다음은 유니폼을 입어보게 하고, 로스터 등록, 팀 스크림 참여, 실전 참여 등으로 계속 동기 부여 소재를 주는 거다. 물론 정말 열심히 하는 애들은 특정 점수에 닿지 못해도 팀 이름을 달게 해준다.

△최승민=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이런 규칙이 속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작년에 팀 이름을 달지 못하게 했던 아이들에겐 미안하다. 저희가 팀 나가자마자 달더라. 하하.

△강동훈=꿈이라고 해서 시간만 날리는 건 아이들한테도 마이너스 효과다. 정말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고, 제대로 못 가르친다는 건 지도자로서 나쁜 일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