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경주시장, 이 시국 일본에 방역물품 지원한 이유

국민일보

주낙영 경주시장, 이 시국 일본에 방역물품 지원한 이유

입력 2020-05-22 10:10 수정 2020-05-22 16:59
일본 나라시청에서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캡처

최근 경북 경주시가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일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주 시장은 “최근 우리 경주시가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 밤 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며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통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 사이 다먹은 것 같다.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며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바로 한두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는 시안, 양저우, 칭다오 등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많이 지원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평소 하찮게 여겼던 마스크가 부족해 대란을 겪었듯이 경제대국 일본이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때 못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 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주 시장은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이다. 나라시와 교토시는 역사문화도시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사이”라며 “특히 나라시는 올해가 서로 자매결연을 맺은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교토시와는 양국의 천년고도를 잇는 뱃길관광 크루즈사업을 협의 중에 있다. 한중일 관계는 역사의 굴곡도 깊고 국민 감정도 교차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합적 관점에서 방역에 다소 여유가 생긴 우리 시가 지원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일부 캡처

앞서 경주시는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당시 주 시장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라며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경주시홈페이지 소통24시게시판에는 일본에 방역물품 지원을 반대한다는 민원글이 20건 이상 올라왔다. 이들은 “일본 지원이 사실인가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앞으로 경주 여행 안갑니다” 등의 불만을 표출했다.

김지은 인턴기자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