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 ‘쪽바리’ 비난 VS ‘애국자 코스프레’ 그만

국민일보

‘토착왜구’ ‘쪽바리’ 비난 VS ‘애국자 코스프레’ 그만

입력 2020-05-24 13:57 수정 2020-05-24 14:34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주낙영 경주시장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仲川げん) 나라시장.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가 일본의 자매·우호도시에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주시가 일본 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기로 하자 일부 네티즌과 시민들이 주낙영 경주시장을 빗대 ‘토착 왜구’ ‘쪽바리’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반일 감정을 내세워 단순히 이분법적 논리로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인도적 차원의 방역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17일 일본 나라시와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전달했고, 다른 도시 3곳에도 각각 500개씩 지원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과 시민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며칠 사이 경주시 홈페이지는 ‘시장 당신 쪽바리냐?’ ‘토착 왜구 경주시장’ ‘매국노’ 같은 원색적이고 감정적인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NO재팬 = NO경주’ 등 경주 방문을 자제하자는 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분위기에 편승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국가가 외부로 반출을 규제하고 있는 마스크도 아니고 일본이 흠집을 내고 있는 진단키트는 아니므로 이것을 국가의 자존심 문제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이원식 전 경주시장은 “경주시와 일본 도시들 간 이어 온 교류의 역사를 모르고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것조차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희(41) 전 경주경실련 사무국장은 “일본이 현재하고 있는 행태를 고려하면 이번 지원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인정하고 잘했다고 박수쳐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도 많다”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이것이 친일 매국노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또 “단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예산을 시민들에게 쓰라는 지적은 애국자코스프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단순한 논리로 원색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으로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나와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적으로 보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짓이며 편협하고 잘못된 시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 나라시와 경주시는 정치와 무관하게 지난 수십 년간 민간차원의 교류도 많았던 도시”라며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토착 왜구, 친일파, 매국노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는 것은 현저히 균형감각을 잃은 언행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해외자매·우호도시 및 교류도시 11개국 21개 시에 경주시 코로나 방역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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