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아버지와 이별하는 7년의 시간

국민일보

치매 앓는 아버지와 이별하는 7년의 시간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나카노 료타 신작 ‘천천히, 조금씩 안녕’ 27일 개봉

입력 2020-05-24 16:11 수정 2020-05-24 16:31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가족’을 떠나 사는 사람은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가족이 있든 없든 사람은 가족이란 울타리 혹은 그림자 안에서 성장한다. 가족을 다룬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다.

담담한 필체로 가족의 형상을 기록하는 일본 가족영화는 특히 국내외의 팬층이 두텁다. 으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 스타 감독이 한 명 더 있다. 상업영화 데뷔작인 ‘행복 목욕탕’(2016)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등을 석권하고 ‘포스트 히로카즈’라는 타이틀을 얻은 신예, 나카노 료타 감독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그런 료타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또 하나의 웰메이드 가족극이다.

영화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쇼헤이(야마자키 쓰토무)와 7년에 걸쳐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린다. 아내 요코(마쓰바라 지에코)가 쇼헤이의 생일에 큰딸 마리(다케우치 유코)와 둘째 딸 후미(아오이 유우)에게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쁜 일상에 치여 가족을 멀리했던 딸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으나 녹록지 않은 결혼생활에 지친 마리와 사랑과 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후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예상 못 한 위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가족은 더 돈독해진다.

일본 국민 작가 중 한 명인 나카지마 교코의 ‘긴 이별’이 원작이다. 자칫 비극적일 수 있는 소재이지만, 신파는 없다. 가족들은 원치 않게 찾아온 아버지의 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으레 겪는 고단함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따뜻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다. 다만 일본 가족극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잔잔한 시퀀스에도 야마자키 쓰토무, 마쓰바라 지에코, 다케우치 유코, 아오이 유우 등 배우들의 호연 덕에 128분의 긴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간다. 복잡하지 않은 시간 순행적 구성도 몰입을 돕는 요소다. 원작의 세 자매를 두 명으로 줄이고, 10년의 세월을 7년으로 줄이는 등 여러 각색을 덧댔어도 묵직한 감동만큼은 여전하다. 이별의 아픔보단 이별의 시간이 다가와 더 빛나는 가족과의 지금을 생각하게 한다. 전체 관람가.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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