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등교 안 시키겠다” 현직 교사가 본 ‘학교 방역’

국민일보

“내 아이는 등교 안 시키겠다” 현직 교사가 본 ‘학교 방역’

입력 2020-05-24 16:13
고3 학생들의 등교를 하루 앞둔 19일 서울 동작구 성남고등학교에서 3-1반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한 개인위생물품을 책상위에 놓고 있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이번 주부터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을 할 예정이어서 학교 내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등교 수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인 21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입소 학생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학교가 폐쇄되고 3학년 전원이 귀가 조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까지 순차적으로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자신을 현직 교사로 밝힌 이가 학교 방역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82쿡’ 게시판에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잘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경력 20년 이상의 현직 교사라고 밝히면서 등교 수업을 앞두고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매주, 매일 다른 공문들이 쏟아진다. 마스크 항시 착용하고 땀이 날 우려가 있는 수업과 비말이 튈 수 있는 수업은 자제하라고 한다”며 놀이 금지, 대화 금지, 화장실 갈 때 시차 두어서 이동, 급식 먹을 때만 마스크 벗기 등 교내 방역 지시사항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왜 수업시간과 학교생활에 그토록 많은 메뉴얼과 제한을 둘까요? 그건 집단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1~2회, 격일, 격주 수업을 왜 굳이 할까요? 그건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감염의 우려를 벗어나지 못해서다”라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여름이 오면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 더위에 아이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을까 걱정이다. 아이들이 호흡에 문제가 생길까 봐도 걱정이고, 교실에 드나들 때마다 바르는 살균제가 아이들 피부를 상하게 할까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수업 중에 학생 간, 선생 간 사회적 거리 두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과 제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수업을 할까 걱정이다. 우리 학급은 24명인데 책상 간격을 아무리 벌려도 50㎝ 안팎이다. 1m 이상 거리 두기는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화장실에라도 다녀올 참이면 아이들은 분명 옹기종기 모여서 놀겠지요”라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야단치고 말려야 한다. 마스크에 손이 닿는 녀석을 혼내야 하고, 급식 먹을 때 줄 서면서 간격을 지키지 않는 녀석들을 떼어놓고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또 글쓴이는 초등학교 중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며 코로나19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 괴질’ 감염 사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제 아이는 등교시키지 않을 거다”라며 “저야 공무원이고 맡은 일이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야 하지만 제 아이까지 그 위험한 곳에 던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방역이요? 매일 지침도 바뀌고 지킬 수도 없는 규정이 내려온다”며 “교사들은 호떡 뒤집듯 바뀌는 교육부 지침을 읽어 가는 것도 벅차다. 학교 건물과 교실은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년 선생님들은 모두 급식을 미신청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있을 동안은 물도 안 마실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가정학습’을 사유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나기를 피하고 볼 일이라 저는 제 아이는 안 보낸다”며 “초등생 학부모님들 여러 사정이 있고, 힘드시겠지만 알고는 계시라고요. 이런 상황입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등교개학이 학년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일 고3을 시작으로 고2·중3·초등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 6월 3일, 중1·초5~6은 6월 8일 순차적적으로 등교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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