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비운 미국의 거리, 쥐들이 채웠다

국민일보

코로나가 비운 미국의 거리, 쥐들이 채웠다

입력 2020-05-25 06:01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의 빈 거리에 죽어 있는 쥐. 연합뉴스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자기의 진찰실은 나서다가 층계참 한복판에서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했다.”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에서 오랑시는 쥐의 떼죽음을 시작으로 흑사병에 휩싸였다. 오랑시 악몽이 재현이라도 된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은 ‘쥐와의 전쟁’도 벌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쥐 단속’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먹이를 찾지 못한 쥐들이 이상행동을 벌이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CDC는 23일 ‘설치류 방제’ 경고문에서 “일부 지역에서 새로 먹이가 나올 곳을 찾는 설치류의 활동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환경보건 및 설치류 방제 프로그램’ 서비스 요청과 설치류들이 비정상적 또는 공격적 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쥐들이 동족과 새끼를 살해한다는 신고가 증가했다.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에서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쥐떼가 목격되기도 했다. 워싱턴 DC와 시카고에서도 주택가 쥐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

쥐떼 출몰의 원인에 대해 CDC는 “설치류들은 식당과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삼아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등이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설치류 먹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도시 설치류학자인 보비 코리건 박사는 지난달 NBC방송에 출연해 “쥐들은 수십년간 세대에 걸쳐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에 의존해 살았다. 모든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은 현재 쥐에게는 동족살해나 새끼살해, 서로 간 전쟁 등 몇 가지 선택지만 남았다”고 했다.

CDC는 “설치류들이 집이나 상가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를 봉쇄하고, 각종 쓰레기와 초목을 제거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쓰레기는 뚜껑이 꽉 닫힌 쓰레기통에 버리고 마당에서 반려동물과 새 모이를 치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홍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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