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2급 딸, 시부모 집서 추락사…진실 밝혀달라”

국민일보

“자폐 2급 딸, 시부모 집서 추락사…진실 밝혀달라”

입력 2020-05-25 00:10
추락사고로 숨진 A양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홈페이지 캡처

자폐 2급 판정을 받은 여아가 친조부모 집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사망 경위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들은 이혼한 사이로, 엄마는 딸의 사망과 관련해 시부모의 언행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인 반면 아빠는 “억울하다”며 반박 중이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숨진 A양(6)의 엄마 B씨(30)와 그의 변호인은 이 사고를 단순 변사 사건으로 보기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많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B씨 측은 우선 시부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부모 측은 ‘손녀가 스스로 창문을 열었다가 추락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A양은 창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이를 열 정도의 적응행동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없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애초에 창문이 열려있었고, A양을 방에 혼자두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B씨 측은 그 근거로 A양이 스스로 창문 잠금장치를 푼 뒤 열 수 있을 정도의 근력 등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지난 2월 유아발달 검사 결과를 들었다. A양이 방충망을 열지 못해 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제시했다.

B씨는 “딸이 스스로 커튼을 젖히고, 잠금장치를 푼 뒤 방충망을 포함해 3개나 되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딸이 열었다는 창문은 성인이 열기도 힘든 정도”라고 말했다. 지문 감식 결과 창문 유리나 잠금장치 등 어디에서도 A양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B씨 측은 사고 직후 시부모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거실과 주방에서 떡을 먹고 있었다는 시부모가 사고 발생 1분도 채 되지 않아 추락한 손녀에게 달려간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B씨 측은 “딸의 추락을 즉시 목격한 것을 아니라면 고령의 시부모가 3층에서 1층까지 그토록 빨리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B씨가 사망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전에 시부모 측이 119구급활동 일지를 사고 직후 손녀를 ‘업고 올라갔다’는 내용에서 ‘안고 올라갔다’로 바꾼 점도 손녀를 잃은 조부모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무서웠다”며 사고 발생 후 1시간이 지나서야 B씨에게 알린 점, A양이 등부터 추락한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B씨는 “딸은 새로운 장소에 가면 호기심에 창 또는 방 밖으로 나가려는 성향과 행동을 보여 세심한 돌봄이 필요했고, 이를 전남편과 시부모 측에도 알렸으나 사고가 났다”며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는 게 넋을 기리고 저의 억울함을 푸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B씨 측은 지난 22일 오후 진정서와 증거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1시59분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빌라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해당 빌라는 A양 조부모가 거주하는 곳으로, A양은 안방에서 혼자 놀던 중 창문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엄정 수사를 통해 사고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해소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24일 오후 5시56분 기준 5957명이 동의했다. A양 아빠 측은 B씨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