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청결제, 무증상기 코로나19 비말 전파 억제 효과?

국민일보

구강 청결제, 무증상기 코로나19 비말 전파 억제 효과?

국내 연구결과, 클로르헥시딘 성분 가글 후 2시간 이내 침 속 바이러스량 감소

입력 2020-05-25 05:00 수정 2020-05-25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단계엔 콧속 비(鼻)인두와 침(타액)에서 바이러스의 양이 두드러지게 많이 검출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클로르헥시딘 성분의 구강청결제로 가글하면 2시간 이내 짧은 기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강청결제 사용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와 더불어 비말을 통한 무증상기 코로나19 전파를 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송준영 교수 연구팀(1저자 윤진구, 윤정)은 코로나19 확진자 2명에게서 비인두와 구강인두(목구멍), 타액, 가래, 소변 등 5개의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량(viral load) 측정과 구강청결제 적용 실험을 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침에서의 높은 코로나19 바이러스량의 임상적 의미’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연구는 46세, 65세 여성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둘 다 확진 전에는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를 의심할만한 뚜렷한 증상은 없었다. 46세 여성은 가벼운 어지럼증과 피로를 느낀 정도였고 65세 여성도 경증의 목통증만 있었다. 65세 환자는 입원 첫날(증상 발현 4일째)에 왼쪽 아래 폐에 폐렴 소견이 보였다. 연구가 진행되는 기간(입원 1~9일) 두 사람에게는 10일간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됐다.

연구결과 입원 1일째 2명의 확진자로부터 각각 채취한 비인두, 구강인두, 타액, 가래, 소변 등 5개 검체 모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량은 비인두에서 가장 높았고 구강인두, 타액, 가래에서도 눈에 띄게 높았다. 소변에서는 처음엔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입원 3일째부터는 나오지 않았다. 바이러스량은 이후 채취한 각 검체들에서는 점차 줄었다. 두 확진자의 침에서 바이러스 검출은 입원 6일 이상(65세 여성은 9일째까지)에서도 지속됐다.

연구팀은 또 두 확진자의 입원 3일과 6일째에 클로르헥시딘(0.12% 15㎖) 성분 구강청결제를 사용해 30초간 가글하도록 했다. 가글 후 1, 2, 4시간 후 침에서의 바이러스량을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클로르헥시딘 화합물들은 인지질 막으로 둘러쌓인 바이러스들에 효과적이다. 코로나19도 인지질 막으로 둘러쌓인 한 가닥의 RNA로 구성돼 있다.

실제 실험결과 침에서의 바이러스량은 구강청결제 사용 후 2시간 이내에는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가글 후 2~4시간에서는 다시 바이러스량이 증가했다. 다만 46세 확진자의 경우 입원 6일째엔 가글 1시간 후에도 바이러스가 줄지 않았다. 이는 검체 자체에 후비루(코 분비물)가 섞였거나 불완전한 가글링에 의한 것이란 게 연구팀 추정이다.

연구팀은 “클로르헥시딘 구강청결제는 짧은기간 동안 침에서의 바이러스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구강청결제 사용이 병원이나 지역사회에서 감염 전파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계열 바이러스의 전파는 밀접 접촉에 의해 이뤄진다. 재채기나 기침 호흡 그리고 말하기에 따른 호흡기 비말을 매개로 전염된다. 호흡기 비말 측정 연구에 의하면 재채기 기침 말하기 등에 의한 비말 크기는 대략 비슷하지만 비말의 양은 재채기가 가장 많았다.

감기 등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코로나19 감염 시 코 증상은 덜 나타나는 편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지역사회에서 제한적으로 전파됐으나 코로나19는 한국 중국 등 대다수 나라에서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됐다. 호흡기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들과의 짧은 대화로도 감염된 다수의 사례들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연구팀은 “침에서의 높은 바이러스량 덕분에 무증상기 코로나19 환자가 말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바이러스 전파에서의 이런 차이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 결합하는 세포 수용체의 성향과 관련 있을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인체 내 DPP4 수용체, 코로나19는 ACE2 수용체에 들러붙어 감염이 이뤄진다. ACE2 수용체는 호흡기 영역과 침샘에서 주로 발현되는 반면 DPP4는 하기도 영역에서만 발현된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를 통해 타액 검사가 코로나19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타액은 인후도말(목구멍 검체 채취)이나 비강도말(콧속 검체 채취) 방식과 달리 비침습적 방식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채취도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환자들이 타액을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타액 채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호흡기 검체 채취 방식 보다 2.26~2.59배 적게 드는 걸로 보고됐다. 최근 연구들에서 타액이 콧속 검체에 비해 코로나19진단에 가치있는 견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감염 후기 단계에선 침에서의 바이러스량이 줄어들 수 있다. 폐렴이 진행된 환자 진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2명이라는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고 무작위 대조실험 등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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