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입양된 동생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게 생겼어요”

국민일보

[사연뉴스] “입양된 동생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게 생겼어요”

입력 2020-05-25 11:32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면 부모님의 사랑을 뺏길까 봐 매우 불안해한다고 하죠. 만약 어느 날 부모님이 한 살 차이의 초등학생 동생을 입양해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열여섯 살 언니의 고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입양된 동생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게 생겼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풍요롭게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2년 전, 부모님이 후원하는 보육원에서 한 살 터울 동생을 입양하면서 글쓴이의 삶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동생의 건강이 좋지 않아 부모님의 관심이 온통 동생에게 쏠렸을 뿐만 아니라 쓰던 방도 양보해야 했습니다.

글쓴이는 “이기적이고 나쁜 애 같을 수 있지만 생판 남인 아이와 같이 살고 가족으로 부르겠다는 게 너무 싫었다”면서 “다 큰 친딸을 놔두고 왜 입양을 했는지, 왜 내 것을 나누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 같아 그 애도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 말이라면 항상 잘 들어주셨던 엄마는 동생을 간호하느라 무관심했고, 딸바보 소리를 듣던 아빠는 그 애만을 감쌌다”며 서운함을 토로했습니다.

새 가족이 생긴 지 두 달째 되던 날, 곪은 갈등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왜 입양을 했냐는 이모의 말을 동생이 듣게 된 것입니다. 동생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언니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며 엄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글쓴이에게도 “정말 내가 싫냐”고 물어왔습니다. 이에 글쓴이는 “싫다고 한 적도 없고 견제했지만 차별한 적도 없었는데 불쌍한 고아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드니 울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글쓴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유리 장식물을 땅에 던졌고 부모님께 밤새 혼났습니다.

이후 2년 동안 자매는 서먹하지만 배려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일주일 전, 부모님이 동생의 건강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하자고 말하면서 다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글쓴이는 “이 동네에서 6살 때부터 살아왔다. 친구들도 다 여기 있고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전부 보낸 저에게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자는 부모님은 정말 저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모님이야 입양이 뿌듯하겠지만 제 의사는 어디에 갔냐”며 “주변에서는 넌 누릴 만큼 누렸으니 양보하라고 한다. 물질적인 것도 감정적인 것도 모두 뺏겼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부모님의 마음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부모님도, 입양된 새 가정에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동생도, 무엇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글쓴이도 모두 가슴 깊이 이해가 됩니다. 가족이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 가족은 언제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될까요. 정답이 없으니 참 답답합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이홍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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