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배고파 맛있는 거 사달라 했는데 돈 없다더라”

국민일보

이용수 할머니 “배고파 맛있는 거 사달라 했는데 돈 없다더라”

입력 2020-05-25 17:25 수정 2020-05-25 19:2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깜깜이식’ 모금행위를 울분에 찬 목소리로 질타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앞세워 각종 모금사업을 진행해 놓고도 정작 “맛있는 것 좀 사달라”는 소박한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모금활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의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행보 역시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압수수색이 종료된 이튿날 곧바로 정의연 회계담당자에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모금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 25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느 교회에 갔는데, 어떤 일본인 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돈을 얼마 줬다면서 할머니들에게 100만원씩 나눠줬다. 그게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며 “그때부터 모금을 하는 것을 봐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모금활동은 장소와 방식에 있어서 이 할머니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는 “농구선수들이 농구를 하는 데 가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경기에서 이기려 애쓴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걷어온 돈을 받아서 나왔다”며 “(정대협이) 가난한가보다 생각하면서도 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배가 고프니 맛있는 거 사달라”라고 했더니 당시 정대협 간사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돈 없다”였다고 한다. 정작 모금된 돈들이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30년간 쭉 이용됐다”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중국 사람이 받아먹었다”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진행한 모금사업에서도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했는데 윤 당선인이 모금을 했다. 600만원인가 걷혔는데 제게 하는 말이 ‘할머니는 정신대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모독을 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 모금을 해 놓고, 정작 사업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이 할머니 등이 제기한 광범위한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2일 정의연 회계담당 직원 A씨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일 이틀에 걸쳐 정의연·정대협 사무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까지 압수수색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소환통보다. 검찰과 정의연 측은 구체적인 출석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가 2013~2019년 기부한 6억5000만원 중 5억4000여만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정의연이 공시에서 누락한 기부금 총액만 37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연은 인력부족과 관행으로 인한 단순 회계오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용처는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회계담당자를 첫 소환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기부금이 전용·유용된 정황이 있는지 살피는 기초 단계인 셈이다.

정현수 최지웅 기자, 대구=황윤태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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