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압수한 ‘조국 아들 수료증’, 인주 묻어나”… 궁지 몰리는 정경심

국민일보

檢 “압수한 ‘조국 아들 수료증’, 인주 묻어나”… 궁지 몰리는 정경심

입력 2020-05-26 11:31 수정 2020-05-26 18:33
박지원 의원이 지난해 9월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휴대전화로 전송된 조 전 장관 딸 조모씨의 동양대학교 표창장 사진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찰은 인주가 번지지 않는 수료증을 압수한 적이 없다.”

검찰이 지난 20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다. 정 교수 측이 지난해 박모 동양대 교원인사팀장과 통화에서 언급한 ‘인주가 번지지 않는 수료증’에 대해 “아들 조모씨 것으로 추정된다”고 재판부에 답변하자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검찰 의견서는 정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해 9월 5일 박 팀장과 통화한 내용을 겨냥하고 있다. 당시 정 교수는 박 팀장에게 상장 직인을 인주로 찍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로 출력하는 경우가 있는지 캐물었다. 이에 박 팀장은 “빨간색 인주로 항상 찍는다”며 디지털 프린트된 직인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통화에는 정 교수가 “집에 수료증이 있는데 딸보고 찾아서 인주가 번지는지 보라고 물어봤더니 안 번진다고 그래서요”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정 교수 측이 통화 시점까지만 해도 동양대에서 발급받은 수료증을 갖고 있었고, 해당 수료증의 직인은 인주가 번지지 않는 디지털 프린트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통화를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을 스캔해 하단의 직인 이미지를 오려낸 뒤 딸 표창장에 붙여 위조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로 본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고 했던 수료증은 아들 수료증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분명치 않다”며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취지로 소명했다. 8개월 전까지 갖고 있던 수료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의견서에서 지난해 9월 23일 정 교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아들 조씨가 동양대에서 받은 영어 에세이 쓰기 수료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들의) 수료증은 손으로 문지르면 인주가 번지는 것이므로 정 교수가 동양대 인사팀장에게 말한 수료증이 아니다”며 정 교수 측 답변의 모순을 지적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인주가 묻어나는 아들의 수료증을 딸의 표창장 위조에 이용했다고 본다.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나온 정 교수 컴퓨터 속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의 출처도 이 수료증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 파일은 포렌식 결과 2013년 6월 최종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이때를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시점으로 특정했다.

정 교수 측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고 했던 수료증의 정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검찰은 이를 확보해 분석하면 표창장 위조 의혹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표창장 직인 파일이 나온 경위 등에 대해 정 교수 측의 소명을 반복해 요청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공판에서 “피고인 측 해명이 불명확해서 저희가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는 매듭을 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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