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래요” 가출한 딸 낫으로 ‘명예살인’한 이란 아버지

국민일보

“결혼할래요” 가출한 딸 낫으로 ‘명예살인’한 이란 아버지

입력 2020-05-27 13:45
국민일보DB

이란에서 30세 남성과 결혼하겠다며 가출한 딸을 아버지가 살해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IRNA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북부 길란주에 사는 37세 남성은 지난 21일 집에서 자고 있는 15세 딸을 흉기로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을 낫을 이용해 ‘명예살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딸은 같은 동네에 사는 30세 남성과 결혼하려 했는데 아버지가 이를 격렬하게 반대하자 집을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딸은 “집에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호소했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넘겨졌고 가출 닷새 만에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란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딸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명예살인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다”며 딸을 죽인 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버지에게 '명예살인'당한 로미나 아쉬라피(15) 생전 모습. 알아라비아뉴스 캡처

이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아버지는 미성년 자녀의 보호자로서 자녀가 성범죄 등을 당하면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숨지게 하거나 자녀의 소유물을 빼앗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명예살인 역시 처벌 대상으로 삼는 이슬람 국가가 대부분이지만 이란 형법상 명예살인은 다른 고의 살인죄보다 형량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란에서는 마약, 성폭행, 간통, 살인, 무장강도 등의 범죄에는 사형을 집행하는데 존속살해는 징역 3∼10년 정도의 형량에 그치고 있다.

형법 전문 변호사 페이만 하즈 마무드는 “이슬람 율법을 원리적으로 적용한다면 명예살인은 죄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예언자 무함마드 시절과 달리 요즘엔 이런 행위가 많아져 엄격히 다뤄야 한다. 가족이라도 법절차 없이 개인이 다른 이를 임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성인 남성과 미성년 여성의 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를 결혼 대상으로 삼아 동반 가출한 상대 남성에 대한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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