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VS “6·25의 이순신” 백선엽 두고 싸우는 사람들

국민일보

“친일파” VS “6·25의 이순신” 백선엽 두고 싸우는 사람들

입력 2020-05-28 17:50 수정 2020-05-28 17:52
백선엽 장군. 연합뉴스

현존 국군 최고원로인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친일파 파묘(破墓)’ 이슈를 꺼낸 뒤 국가보훈처가 현충원 내 백 장군의 묘역을 만들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갈등이 심화한 것이다.

김홍걸 민주당 당선인은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다”며 “전쟁 때 세운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발행된 백 장군의 책을 보면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일 인사들의) 유족이 계속 거부한다면 비석 옆에 친일 행적에 대한 안내 표식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가 친일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군인이 되겠다고 입대한 사람들”이라며 “그중에는 박정희처럼 ‘천황폐하를 위해 죽겠다’며 혈서를 쓴 사람도 있고, 김창룡처럼 일본군에 있을 때 무수한 사람을 고문한 짐승 같은 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야권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6·25 전쟁 일등공신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호국 영웅”이라며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거부는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산화한 모든 군인이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없다는 것과 지금 현충원에 잠들어있는 호국 영령 모두를 파묘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썼다.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 역시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은인으로서 서울현충원에 자리가 부족해도 어떻게든 만들어서 모시는 게 나라다운 책무이고 예의며 품격”이라며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없다는 문재인정부 국가보훈처의 넋 나간 조치는 당장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가의 은인을 찾아가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더라도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폭언을 했다니,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국가망신처”라고 일갈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백 장군님은 대한민국을 구한 분이고 ‘6·25의 이순신’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에 따라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삼득 보훈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거세지는 논란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가 원내대표실에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을 만나 “6·25 전쟁 영웅이 공적에 걸맞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며 백 장군에 대한 예우를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백 장군은 6·25 전쟁 때 여러 차례 목숨 걸고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승리를 견인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육군 대장이고 미군에서도 영웅으로 추앙받는 분”이라며 “새 광복회장이 취임하고 나서 국립묘지 안장제에 대해 저희와는 생각이 다른 의견을 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야권 주장에 따르면 국가보훈처 측은 최근 백 장군을 찾아가 ‘동작동 국립현충원 안장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현충원으로 갈 것을 권유하며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다시 뽑힐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동작동 서울현충원이냐 대전현충원이냐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서울현충원은 보훈처 소관이 아닌 국방부 소관이고 만장 상태여서 대전현충원으로 오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가 “서울현충원 묘역을 이미 가족들과 협의해 잡아놓은 상태라고 들었다”고 반문하자 박 처장은 “백 장군은 장군이기 때문에 장군 묘역으로 가는 건데, 서울현충원이 가득 차서 말씀드렸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어 보훈처 직원이 백 장군을 찾아간 이유에 대해 “1월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으셨다고 한다. 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어 당연히 관심사가 된다”며 “건강 상태와 현재 진행되는 부분들에 대해 국방부, 육군본부와 의견을 나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백 장군이 생존한 상황에서 안정을 논의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리 상담을 해보고 의사를 확인하고자 하는 취지였다”며 “확대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해석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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