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슬의생, 그냥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인터뷰]

국민일보

조정석 “슬의생, 그냥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인터뷰]

28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익준 역의 조정석

입력 2020-05-31 13:58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인물은 이익준 역의 배우 조정석이다. 대본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제안을 받아들였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팬이었던 그는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를 믿었고 함께라면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캐스팅 제안에 갑자기 엔도르핀이 확 돌았어요. 상대 배우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냥 한다고 했어요”. 이 열정으로 ‘현실에 존재한다면 반드시 친해지고 싶은 드라마 캐릭터’라는 익준을 만들어냈다.

지난 28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 조정석은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 담긴 따뜻함을 이야기했다”며 “사소함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이 흥행의 원동력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정석에게 여러 가지로 뜻깊었다. 특히 드라마는 주 1회 편성됐고 베테랑 연기자인 그에게도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조정석은 “초반에는 낯설었다. 시청자가 드라마 호흡을 따라와 줄지 걱정이 됐다”면서도 “촬영장의 열악한 상황이나 스태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방법이었고 배우들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 회차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담으면서 스토리의 풍성함을 잡았다. 의사 5인방 외에도 모든 인물의 에피소드가 배치됐다. 조정석은 “매회 스토리와 드라마 전체의 큰 줄기를 함께 연구해야 했고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OST에 도전하기도 했다. 익준은 의사 5인방이 만든 ‘미도와 파라솔’ 밴드 보컬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는 ‘내 눈물 모아’ ‘아로하’ 등 당대의 명곡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즌1이 막을 내린 지금도 밴드 합주는 계속된다. 극 중에는 양석형(김대명)의 제안으로 밴드 연습을 다시 시작했지만, 현실에서는 만장일치였다. 조정석은 “시즌2에서 어떤 곡을 연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전까지 다섯 명의 의견을 모아 연습곡을 정해서 합주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송된 후 온라인에는 ‘익준과 친해지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능청스럽지만 깊이 있고 구김살 없고도 진중한 익준에게 시청자는 위로를 받았다. 자칫 과장되게 연출될 수 있던 익준을 조정석은 담백하고 진솔하게 그려냈다. 사실 익준은 인간 조정석이 닮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가 익준을 사랑하는 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익준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조정석은 “익준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조정석이다. 익준의 다양한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조정석을 제대로 활용해 익준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익준의 모든 걸 연구하면서도 정작 채송화(전미도)와의 러브라인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드라마 시작 전, 애정 장면이 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그게 송화라는 것도, 이번 시즌에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다. 조정석의 또 다른 사랑은 동생 이익순(곽선영)이었다. 파혼의 아픔을 겪고도 오빠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던 동생을 담담히 위로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익준은 익순이 근무하는 강원도 인제의 부대를 찾아가 “압구정 가는 길에 잠깐 들렸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건네고 유유히 돌아왔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한 그가 방송에 얼굴을 비춘 지 10년이 돼간다. 그동안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달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멈춰서 돌아볼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정석은 “이 질문을 10년쯤 다시 해달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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