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천재’ 머스크의 18년 집념, 우주여행 시대 열었다

국민일보

‘괴짜천재’ 머스크의 18년 집념, 우주여행 시대 열었다

입력 2020-05-31 19:39
스페이스X, 보잉 제치고 유인 우주선 첫 발사
美언론 “NASA의 위험한 도박 성공”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화성 여행’
테슬라의 전기차·솔라시티의 태양광도 뒷받침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크루 드래곤 우주선 발사 후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괴짜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18년 집념이 우주여행 시대를 성큼 앞당겼다.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CEO)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가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여행이라는 인간의 꿈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30일 오후 3시22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동쪽 끝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팰컨9 로켓에 실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루 드래건은 팰컨9 로켓의 2단 부스터에서 분리돼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크루 드래건은 높이 8m, 지름 4m의 캡슐형 우주선이다. 당초 지난 28일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 때문에 이날로 연기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30일(현지시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하늘로 향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크루 드래건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이 탑승했다. 이들이 크루 드래건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두 사람은 ISS에 도킹한 뒤 크루 드래건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의 임무는 지구 귀환까지 무사히 이뤄져야 완수된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의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장면을 지켜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연발하며 환호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유인 수송에 앞서 지난해 3월 크루 드래건에 마네킹 ‘리플리’를 태워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리플리는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크루 드래건은 NASA가 2011년 우주왕복선 운행을 중단하고 이를 민간에 위임한 지 9년 만에 진짜 사람을 태우고 우주로 향했다. 그동안 국가 주도로 진행된 우주 개발은 민간이 맡기엔 위험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NASA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뒀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뿐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는 우주선 설계 및 제작 주체가 민간 기업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를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크루 드래곤 우주선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그간 여러 번의 시험 발사를 통해 발사 비용을 대폭 낮췄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로켓 재활용’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은 로켓을 지구에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는 보잉737만큼 비싼 기계(로켓)를 재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우주 탐험가가 될 수 있도록 비용을 절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루 드래건은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고 우주복도 우주선 좌석에 맞게 슬림해졌다. 비상탈출 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로 보잉과의 경쟁에서도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 NASA는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뒤 대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스페이스X와 보잉 두 업체를 선정해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 개발을 지원해왔다. 보잉은 지난해 12월 유인 우주선 ‘CST-100 스타라이너’의 첫 시험비행을 계획했지만 막판에 결함이 발견돼 취소했다.

우주왕복선 운행을 중단한 NASA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에 미국 우주인을 실어 ISS로 보냈다. 소유스 우주선을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인당 약 8000만 달러의 비용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지난해 종료됐다.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달과 화성 여행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엔진 42개를 장착한 로켓을 개발해 2024년 승객 100명을 태우고 화성 탐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NASA로부터 달 표면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우주선을 만드는 계약도 따냈다. 머스크가 전기차와 태양광 사업(솔라시티)을 벌이는 건 궁극적으로 우주여행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와 보잉 외에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도 우주 관광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ISS가 떠 있는 400㎞보다 낮은 궤도를 탐험하는 여행 상품 등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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