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갔더니 ‘불법촬영’…성범죄 의사들 버젓이 진료 중

국민일보

산부인과 갔더니 ‘불법촬영’…성범죄 의사들 버젓이 진료 중

입력 2020-06-01 14:32
방송에 나온 '성범죄' 의사. MBC 스트레이트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진료를 보는 의사들의 진료 실태가 폭로됐다.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31일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계속해서 진료를 보는 의사들을 추적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산부인과, 강남 유명한의원 등이 이날 방송에 등장했다.

먼저 양천구 소재 산부인과 A 의사는 진료 중 환자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A 의사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A 의사는 1년 넘게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강남 유명한의원의 모 한의사도 환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그러나 이 한의사 역시 대법원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진료를 계속할 수 있다고 취재진은 설명했다.

안면윤곽수술의 명의로 알려진 한 성형외과 전문의 역시 진료 중 환자를 성추행해 처벌받은 전력이 두 차례나 있었다. 그는 2016년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형이 확정됐고, 2009년에도 환자 2명을 성추행해 벌금 700만원형을 받았다. 전과 2범이었지만 이 의사 역시 진료와 수술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앞서 2015년에는 국립대병원 의사가 간호사 탈의실을 불법촬영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의사는 2012년에도 환자와 간호사들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규정이 없다. 대신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자격정지를 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간, 불법촬영 등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611명에 달했다. 그러나 자격정지 처분은 1%도 채 안 됐고, 그나마 1개월 정지가 전부였다.

박호균 변호사는 “일반 형사범죄를 저지르고 또 형사법원에서 유죄가 확인되는 데도 의사를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은 오늘날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제도를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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