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스쿨존 사고’ 친누나의 호소 “고의가 확실해요” [인터뷰]

국민일보

‘경주 스쿨존 사고’ 친누나의 호소 “고의가 확실해요” [인터뷰]

입력 2020-06-02 00:06 수정 2020-06-02 00:06
피해자 측 제공

지난달 25일 경북 경주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9)는 흰색 SUV 차량과 부딪혔다. 피해자 측 주장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나기 전 피해 아동과 차주의 아이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화가 난 차주가 차를 몰고 피해 아동의 자전거를 뒤따라왔고, 이어 문제의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사건은 피해 아동의 친누나가 ‘차주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남기면서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일보는 1일 피해 아동의 친누나와 전화통화를 나눴다. 이 사건을 공론화한 이유를 묻자 친누나는 가장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거 완전 쇼킹한 일 아닙니까. 어떻게 어른이 아이를, 그것도 고의로 차로 칠 수 있는지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서 당연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누나는 나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운전면허가 있는 성인이라는 사실은 확인해줬다.



-사고 당시 상황은

“지난 25일 제 동생이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차주 측의 딸이 ‘야! 야! 야’라고 반말을 했어요. 제 동생은 여자 아이에게 ‘야!라고 하지마, 얼른 사과해’라고 말했는데 사과를 안한거죠. 그래서 제 동생이 여자 아이의 어깨를 살짝 밀쳤어요. 그리고 나서 가해자가 놀이터에 왔고 제 동생을 혼냈어요. 제 동생은 사과도 했고요. 모든 일이 끝나고 제 동생은 자전거를 탔습니다. 저희 가게로 돌아오려고 한거죠. 그런데 차주분이 놀이터에서 사고지점까지 약 240m 거리를 흰색 SUV를 타고 뒤따라와요. 중간에 횡단보도, 스쿨존이 있는데 빠르게 들어옵니다. 아이는 차가 뒤에서 쫓아오니까 살기를 느꼈죠. 그리고 나서 차주분이 동생을 칩니다. 그 와중에도 아이가 본능적으로 판단을 했더라고요. 직진을 하면 위험하니까 자전거를 오른쪽으로 튼거죠. 그 상황에 계속 직진을 하거나 반대방향으로 틀었으면 큰일 났죠. 정말 아찔합니다. 끔찍해요.”

-가해자 측과 아는 사이였는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예요. 그날 처음 본 사람이고. 아이들끼리도 처음 본거고. 지난 번에 뉴스를 보니까 ‘사고 전날에도 남자 아이가 괴롭힌 적이 있다. 사고 당일에도 또 괴롭혀서 못참았다’는 문구가 나오더라고요. 그 분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처음보는 사람입니다. 사고 전날에도 저희 동생은 경주에 없었고 부산에 있었습니다. 사고 전전날에도 아빠랑 시간을 보내거든요. 저희는 기차표도 있고 동선 확인만 해도 CCTV에 나와있을 텐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이후에 가해자의 태도는

“아무 것도 안했습니다. 사고 난 이후에 자전거를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웁니다. 아이를 먼저 일으켜 세워야죠. 저 같으면 부리나케 내려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을 거예요. 그런데 CCTV를 보면 정말 태연하게 차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영상을 보면 아이 얼굴이 완전 일그러져요. 그러면서 동생이 고개를 숙이는데 많은 분들이 사과를 하거나 인사를 한다고 오해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아파서 쩔뚝쩔뚝 하는 겁니다.”

-사고 이후 가장 먼저 한 말이 ‘니 왜 때렸노’ 였다는데

“맞아요. 사고 지역에 저희 어머니 가게가 있어요. 당시에 어머니도 가게에서 뛰쳐나오면서 동생을 부둥켜 안았거든요. 그런데도 가해자는 화를 냅니다. ‘애 왜 때렸노, 그러니까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 등등 현장에 있던 모든 분들이 들었어요. 심지어 그분은 신고도 본인이 하지 않았거든요. 정말 미안하고 고의가 아니라면 아이를 꾸짖을 게 아니라 119도 부르고 조치를 취해야죠. 그런데 그런거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해자 측이 고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해자 측이 주장하는 게 ‘아이와 이야기를 하려고 쫓아간 것은 맞다. 그런데 고의는 아니다’라고 말씀을 해요. 그러면 그냥 차를 세워서 부르면 되잖아요. 아니면 창문을 내려서 부르던가 해야죠. 그걸 차로 밀 일입니까. 그리고 CCTV 영상을 보면 급브레이크를 밟을 순간들이 엄청 많았단 말이죠. 입구에 들어올 때만 해도 많아요. 그런데 밟지 않아요. 그리고 동생이 속도를 내려고 자전거에서 일어설 때 시점이랑 차 바퀴가 아이 쪽으로 향하는 시점이 일치해요. 애를 밟고도 브레이크를 안밟고 바퀴 두개 다 넘고, 아이 다리를 지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차할 때 바퀴가 똑바로 세워지거든요. 그제서야 바퀴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원래대로 다시 오는거죠.”

피해자 측 제공

-아이의 상태는 현재 어떤지

“아직도 상태는 많이 안좋아요. 병원에 계속 입원 중이고요. 골절은 다행히 안됐는데 팔이랑 다리 등을 크게 다쳤고 온 몸에는 멍이 들었어요. 특히 아이가 사건 이후에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뉴스에서 CCTV 영상이 나오면 ‘나는 안볼래, 그냥 안볼래’ 이렇게 말해요. 그리고 그 차주를 악마라고 표현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살기를 느꼈잖아요. 누군가 자기를 해하려고 다가오는데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SNS를 비공개 계정으로 바꾼 이유는

“악플 때문인데요. 이 사건을 SNS에 공개한 이후에 처음에는 함께 분노해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6시쯤 되니까 갑자기 악플이 폭발하는거에요. ‘죽었어야지’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신공격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다 찾아보면 유령계정이에요. 1초에 한개씩 6시간 동안 계속해서 악플이 달리더라고요. 너무 힘든 상태에서 악플까지 보니까 무너져 내리는거예요.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내가 피해자고, 안그래도 힘들어죽겠는데 내가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피해자 가족의 현재 심경은

“너무 힘들죠. 흰색 SUV 차량만 보면 미치겠어요. 그거 보기만 해도 너무 힘들고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 미친듯이 화가 났다가 울다가 그러고 있습니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고 정신도 없고…. 저도 운전을 하는데 자전거가 옆에 지나가면 자전거를 피해서 천천히 갑니다. 그런데 아이 방향으로 차를 트는데 이게 고의가 아니면 뭐가 고의인지….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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