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문득 부모님께 감사해졌습니다” 어느 연대생의 고백

국민일보

[사연뉴스] “문득 부모님께 감사해졌습니다” 어느 연대생의 고백

입력 2020-06-02 05:33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동기들이 열심히 살아봤자 평생 반의반도 갖지 못할 걸 나는 이미 갖고 태어났다.”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얄미울 만큼 철 없고 달리 보며 뻔뻔하게 솔직한 이 글에 청춘들이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대학교 4학년인데요. 취업 걱정을 하다말고 갑자기 ‘무한한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작성자는 “문득 부모님한테 감사해졌다”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 자신의 대학 생활을 설명했는데요. “4학년 될 때까지 학점은 2점대 찍고 허구한 날 술이나 처먹으러 다니고 게임밖에 안 하고 그야말로 막장으로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제 슬슬 취업자리나 알아볼까 생각해보니 갈 수 있는 데가 없다”고 덧붙였죠.

여기까진 많은 대학생의 고민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대학 생활에 대한 후회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또 취업난 속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대다수 대학생의 가장 큰 걱정거리죠.

하지만 작성자의 고민은 좀 달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나에겐 한 달에 많이 벌면 1억원까지 벌어오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땅이 있으며 조만간 상속이나 증여받을 부동산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까먹고 지내고 딱히 감사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4학년 돼서 사회 나갈 직전이 되니까 진짜 크게 다가온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어차피 지금까지 열심히 살던 동기들은 저렇게 살아봤자 평생 반의반도 가지지 못할 것을 난 이미 갖고 태어났고, 그 사실을 25년만에 확 느끼니까 삶에 대한 무한한 감사함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생각해보니 만일 저것들이 없었다면 진짜 뭐를 먹고 살아야 했을지 갑자기 소름 돋는다”며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습니다.

이 글에는 1일 현재 73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런 못난 ‘자랑질’에는 온통 비난만 쇄도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뜻밖에 비판 일색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따끔한 댓글도 많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부모가 재산이 많다는 사실이 타인의 노력을 깎아내릴 자격을 주진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나 같으면 이런 자식에게 돈 못 준다”고 비판하는 댓글들도 많았죠.

하지만 다른 편에선 “부모 복도 복”이라며 작성자의 ‘금수저’를 부러워했습니다. “부모님 잘 만나고 환경이 좋아서 부럽다”는 의견이죠. 어쩌면 이게 요즘 청춘들의 진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살아봤자 평생 반의반도 갖지 못할 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나뉜다는 걸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테니까요.

금수저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듣는 용어인데요. 부모의 재산, 능력, 지위 등으로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자녀들을 의미합니다.

인생은 출발선부터 성공과 실패가 정해져 있는 걸까요? 어느 수저를 잡고 태어나는지는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서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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