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으로 약탈… 지켜만 보고 있다” 美한인들 망연자실

국민일보

“트럭으로 약탈… 지켜만 보고 있다” 美한인들 망연자실

입력 2020-06-03 09:01
방화와 약탈 벌어진 미국 시애틀의 흑인 사망 시위 현장. AFP연합뉴스

백인 경찰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곳곳의 한인 상점들이 약탈 피해를 입고 있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상점,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 50개 안팎의 현지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의 약탈 공격을 받았다. 필라델피아에는 7만명 정도 되는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상권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백인·히스패닉 인종을 가릴 것 없이 폭력적인 약탈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 당한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 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주 방위군이 배치되면서 지난 주말에 비해 폭력 수위는 다소 진정됐으나 도심권에서 떨어진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다운타운은 병력이 나서서 자제가 됐지만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현지 경찰의 대응도 소극적이다. 한인 소유의 한 대형 상가는 4~5시간 동안 모두 털렸지만,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물건들로,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고 한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 서플라이 협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정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에 투입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연합뉴스

시카고에서도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이 약탈당했다는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나가 달라고 말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 약탈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인 음식점도 주말 저녁 시위로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한인사회도 긴장감이 감돈다. 한인타운이 있는 맨해튼 32번가 주변이나 퀸스 플러싱·베이사이드 등이 집중적인 시위 현장과는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 한인 업체의 약탈 피해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브롱스크를 비롯해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행히 미 최대 한인타운이 형성된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는 주방위군이 전격 투입된 상태다. 주 방위군 병력은 전날 오후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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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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