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있어 90승도 가능했죠”…꾸준한 유희관, 비결은 ‘자신감’

국민일보

“1승이 있어 90승도 가능했죠”…꾸준한 유희관, 비결은 ‘자신감’

KBO리그 통산 37번째 ‘90승 투수’ 고지

입력 2020-06-03 10:36
2일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유희관의 모습.

“프로 첫 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1’이 있어서 ‘90’이란 숫자도 있을 수 있었죠.”

유희관(34)의 첫 선발 승리는 2013년 5월 4일 LG 트윈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와 ⅔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니퍼트를 대신해 들어간 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그 뒤로 7년여가 흐른 지난 2일, 유희관은 프로야구 KBO리그 통산 37번째로 ‘90승 투수’가 됐다. 244경기를 뛰며 오랜 기간 준수한 실력을 유지한 끝에 달성한, 뿌듯한 기록이다. 이날 KT 위즈를 맞이한 유희관은 6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2탈삼진 4실점으로 두산 베어스의 11대 8 승리를 이끌었다.

유희관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프로에 와서 선발을 예상한 사람은 없다. 큰 기록이고, 좋은 팀을 만난 게 크다”며 “준비하고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희관은 선발로 데뷔한 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으로 매해 10승 이상을 올렸다. 2015년에는 18승(5패)을 달성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연속 10승 목표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다. 목표를 갖고 할 수 있어 행운이다”며 “기록 때문에 야구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가지고 가다보면 세 자릿수 승리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희관은 10승만 더 거두면 100승을 채워 컨디션을 좋게 유지한다면 올 시즌 안에도 대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

유희관이 이렇게 꾸준히 공을 던질 수 있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구속이 빠른 투수는 아니지만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이 날도 유희관은 시속 120~130㎞대의 직구(34구)와 시속 120㎞대의 체인지업(41구), 100㎞대의 커브(7구)를 앞세워 6이닝을 막아냈다.

유희관은 “매년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한다. 공과 포수를 믿고 던진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며 “변화를 준다고 150㎞가 나오진 않는다. 다만 ‘내 공이 최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유희관은 이날 4회말 KT 장성우의 땅볼 타구에 종아리 부분을 맞아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1루로 송구하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희관은 “타구를 맞아도 공을 던지는 건 본능적이다”며 “항상 0-0이라는 생각으로 던졌고 필승조를 아껴야하는 7회에도 던질 생각이었는데 타구를 맞아 더 던지진 못했다”고 상기했다.

유희관의 투구에 미국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KBO리그를 중계하는 미국 ESPN이 유희관 등판일에 3번이나 중계방송을 하면서 유희관의 모습이 전파를 자주 탔다. ESPN 중계진은 유희관의 느린 구속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이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관심이 와 닿아야 실감 날텐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어난 것도 없다”며 웃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KT 경기에서 유희관의 호투로 11대 8 아슬아슬한 승리를 챙긴 뒤 “희관이가 선발로 제 역할을 다 해줬다”며 선발 투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항상 제 기량을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유희관이 올 시즌 100승을 향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한 판이었다.

수원=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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