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 “요즘 감이 좋긴 한데, 제주도잖아요”

국민일보

임희정 “요즘 감이 좋긴 한데, 제주도잖아요”

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연습라운드 인터뷰

입력 2020-06-03 16:49 수정 2020-06-03 17:36
‘슬로 스타터’에서 ‘퀄리티 스타터’로 변신
그린적중률 82%에 톱10 피니시율 100%
세계 랭킹 1위 고진영도 2020년 티오프 준비

임희정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 연습용 그린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서귀포=김철오 기자

“요즘에 감이 좋긴 한데, 이곳은 제주도잖아요. 바람의 변수가 있으니 일단 컷을 통과해야 합니다.”

임희정(20·한화큐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차에 ‘퀄리티 스타터’로 돌변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다가 막판에 이르러야 3승을 쓸어 담고 뒤늦게 상승세를 탄 지난해 루키 시즌의 임희정은 분명 ‘슬로 스타터’였다. 지금의 임희정은 다르다. 2020시즌 KLPGA 투어 초반에 가장 맹렬한 기세로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고 있다.

KLPGA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5개월을 쉬면서 초여름까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덕일까. 임희정은 포스트 코로나로 투어를 재개한 지난달부터 두 대회 연속으로 선두권에서 우승을 경쟁했다.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제8회 E1 채리티 오픈을 3위로 완주했다. 올 시즌 개막전으로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에서 임희정은 7위였다. ‘톱10’ 피니시율 100%. 올 시즌에 이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임희정과 이소영(23)·최혜진(21)뿐이다.

임희정을 시즌 초반부터 전력으로 질주하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임희정은 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연습라운드를 가진 3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파72·6373야드) 믹스트존에서 코로나19의 불확실성에서 느끼는 간절함을 지목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대회 출전 횟수를 늘리면서 감을 잡아갔을 거예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앞선 대회들이 중단됐고, 앞으로도 언제 중단될지 알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이제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대한 집중하고 있어요.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간절함이 통했을까. 올 시즌 투어는 비록 3개 대회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임희정의 주요 기록들의 숫자는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린적중률은 지난 시즌 74.7290%에서 올 시즌 82.3232%로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평균 타수는 지난 시즌 71.1580타에서 올 시즌에 69.00타로 급감했다. 평균 타수는 선수들이 가장 경쟁적으로 최저에 도전하는 기록이다. 임희정은 평균 타수 부문에서 2위에 있다. 임희정은 “시즌의 공백기에 그린적중률을 상향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임희정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 연습용 그린에서 퍼트를 하고 있다. 서귀포=김철오 기자

기록은 추세를 말해 주지만, 우승자를 지목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안개를 필드로 펼쳐내는 제주도의 기후는 기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변수들을 몰고 온다.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은 연습라운드를 진행한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로 약 50m 거리를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안개는 정오를 앞두고 돌연 사라졌고, 이 틈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바람에 흩날렸다. 다행히 기상청은 1라운드를 시작할 4일 서귀포에 맑은 하늘이 펼쳐질 것으로 예보했다.

임희정은 “제주도에서 바람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드라이버 탄도를 조절하면서 연습했다. 그린스피드도 빠를 것이라고 생각해 퍼트 연습도 집중하고 있다”며 “롯데스카이힐은 평소 어렵게 생각하는 코스다. 일단 컷을 통과하고, 그 다음에 ‘탑10’으로 목표를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올스타전’급 라인업을 구성한 이번 대회에서 국내·외 강자들과 우승을 경쟁한다. 지난 시즌 대상 수상자인 최혜진, KLPGA 챔피언십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경쟁했던 2000년생 동갑내기 박현경(20)이 제주도로 집결했다. 어느 누구보다 강력한 상대는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올 시즌 정규 투어의 티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1위 고진영에게 맞선 KLPGA 투어 랭킹(K-랭킹) 1위 임희정의 도전은 이번 대회에서 골프팬들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임희정은 “매년 늘어나는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 올 시즌은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받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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