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성폭력 가한 목사 아내, 다짜고짜 찾아와 1천만원 건네”

국민일보

“내게 성폭력 가한 목사 아내, 다짜고짜 찾아와 1천만원 건네”

“3시간 동안 합의 종용…손이 덜덜 떨렸다”

입력 2020-06-03 17:18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신도 여러 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목사의 아내가 피해자를 연락도 없이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성폭력 피해 신도 A씨는 3일 “갑작스레 찾아온 목사 아내 B씨를 보고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뛰었다”며 “그때 기억이 잊히지 않아 죽으려고까지 했는데…”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4시쯤 갑작스레 나타난 B씨를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B씨는 이날 A씨의 오랜 친구를 부추겨 사전 연락도 없이 강제로 자리를 마련했다. 한 남성을 대동한 채였다. 이후 A씨의 팔을 다짜고짜 붙잡고 매달리며 “합의를 해달라”고 종용했다. 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합의를 해줘야 목사님이 빨리나온다”며 떼를 썼다고 한다.

A씨는 “몇 년 동안 속을 썩고 그 모진 수모를 겪었는데 어떻게 한순간에 용서를 할 수 있겠느냐”며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때 기억이 잊히지 않아 교회를 나와 외진 시골 마을로 도망치듯 왔다.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으려고까지 했는데 왜 그때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B씨는 그러나 “차를 마시자”며 A씨를 승용차에 태워 인근 지자체 청사로 향했다. A씨가 이유를 묻자 B씨와 함께 온 남성이 “합의서를 쓰려면 지자체로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합의서의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한 A씨의 인감증명서 등을 발급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A씨에게 현금 1000만원이 든 노란색 봉투도 건넸다고 한다. A씨가 이마저도 거부하자 B씨와 남성은 저녁식사 자리까지 따라오며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3시간 넘게 이어졌고 결국 이들은 “내일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A씨는 “어떻게 아픈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사람을 갑자기 찾아와 몇 시간 동안이나 붙잡고 합의를 요구할 수 있느냐”며 “그때 일은 아마 죽기 전까지 끝없이 나를 괴롭힐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익산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성폭력 가해자 측이 피해자와 직접 만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는 피해자에게 굉장한 위협과 정신적 고통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2차 피해”라며 “목사 측이 피해자와 직접 만날 수 없도록 경찰과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가해 목사는 교회와 자택, 별장, 승용차 등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이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 첫 재판은 5일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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