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광주 시민 매질에 머리통 절반 날아간 ‘무릎꿇은 전두환’

국민일보

[포착] 광주 시민 매질에 머리통 절반 날아간 ‘무릎꿇은 전두환’

입력 2020-06-04 17:44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후 부인 이순자 씨와 귀가하고 있다(왼쪽).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전두환 치욕 동상'이 시민들의 매질에 파손돼 있다(오른쪽). 뉴시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악행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만든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심하게 파손됐다. 5·18단체와 광주시는 흉물이라고 지적받는 동상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에 빠졌다.

4일 광주시에 따르면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전두환 치욕 동상’이 시민의 뭇매를 맞아 심하게 파손됐다. 포승줄에 묶여 무릎을 꿇은 형상의 조형물은 얼굴이 절반가량 떨어져 나가고 상반신도 앞뒤로 쪼개진 채 방치돼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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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형물은 지난 4월 27일 등장했다. 이날은 전씨가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날이다. 이날 5·18 유가족은 전씨 조형물을 때리며 40년 묵은 울분을 토했다. 당일 공판이 끝난 후 조형물은 옛 도청 앞으로 옮겨졌고 오가는 사람들의 매질에 본래 형상을 잃게 됐다.

동상이 심하게 파손되자 일부 시민은 흉측하다며 전씨 동상을 철거해달라고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5·18단체는 한시적으로 전시하려 했던 조형물이 의도치 않게 망가져 버려 처리 방향을 두고 고심 중이다.

오월어머니회 회원이 지난 4월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무릎 꿇은 전두환씨’ 동상을 때리고 있다. 이날 13개월 만에 재판에 출석한 전씨는 거듭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했다. 광주=최현규 기자

진심 어린 사죄가 없는 만큼 전씨 동상을 존치하자는 의견과 원래 계획대로 치우자는 의견이 대립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존치하자는 측에서도 작가에게 수리를 의뢰하자는 입장과 성난 민심이 반영된 지금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자는 입장으로 나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동상을 지금 자리에 보존하려면 광장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관련 절차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5·18단체 관계자는 “모두가 맞는 이야기라서 명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하나로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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