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개학 첫날, ‘기초생활 수급자니?’ 캐물은 학교

국민일보

등교개학 첫날, ‘기초생활 수급자니?’ 캐물은 학교

입력 2020-06-04 18:07

등교 개학을 한 경기도 평택의 한 여자중학교가 학생들에게 가정 형편, 부모 직업 등을 캐묻는 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항목에는 부모의 이혼이나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여부를 묻는 내용도 있었다.

4일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평택교육청)에 따르면 평택 A중학교는 등교 개학을 한 전날 ‘학생기초자료 조사서’라는 종이를 2학년생 일부에게 나눠줬다. 담임 교사가 함께할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배부한 종이였다.

문제는 민감한 가정사를 꼬치꼬치 캐묻는 문항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부모 직업’ ‘부모가 이혼이나 별거를 했는지’ 등과 함께 ‘부모님이 안 계시는 경우 안 계심, 돌아가심, 이혼 등으로 써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기초생활 대상자인지’를 묻는 말까지 있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평택교육청은 이날 오전 A중학교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고, 2학년 10개 반 중 4곳에서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사서를 학생들에게 배부한 사실을 파악했다.

평택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가 학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의도에서 전에 가지고 있던 문서를 프린트해 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학교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조사를 한 것은 아니었고, 해당 교사가 이러한 조사를 하자 다른 교사들도 문서를 전달받아서 조사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담임 교사들은 곧바로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학부모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과한 뒤 배부한 조사서는 가정에서 폐기해달라고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은 이에 대해 “학생 입장에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교사가 가정환경에 따라 차별을 한다고 느낀다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중학교는 해당 교사들에게 경위서를 받은 뒤 교장 명의로 행정 처분할 방침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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