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배종옥 “딸 혜선이와 거리 뒀어요”

국민일보

‘결백’ 배종옥 “딸 혜선이와 거리 뒀어요”

기대작 ‘결백’ 오는 10일 개봉… 살인사건 용의자로 내몰린 엄마 채화자 역

입력 2020-06-05 13:43 수정 2020-06-05 13:53
영화 '결백'의 배우 배종옥.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결백’ 속 배종옥(56)은 묵직하다. 지난해 히트작 MBN 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보여줬던 한제국의 이지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3시간의 특수 분장을 거쳐 살인자로 내몰린 시골 촌부로 변신한 그는 절절한 내면 연기로 극의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시퀀스 곳곳에서 데뷔 35년차 연기자의 공력이 묻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차례 연기됐던 기대작 ‘결백’이 오는 10일 개봉한다. 브라운관 스타 신혜선과 배종옥 허준호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극은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에서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의 이야기로, 배종옥은 엄마 채화자를 연기했다.

‘결백’은 지난 4일 개봉한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영화 ‘침입자’와 함께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재시동을 거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는 3일 사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가 밀도 높은 줄거리에 힘입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결백’은 허무한 반전에만 기댄 여타 스릴러와는 다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때 그 사람들’ 조감독 출신 박상현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이 놀랍다.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종옥은 “몇 년 전 실제로 막걸리를 마시고 시골 어른들이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다고 알고는 있었다. 이 일을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가 우리 영화의 자랑거리”라고 자신했다.

배종옥은 기억이 없어 혼란스러우면서도 모성애에 사무친 화자의 모습을 완숙하게 표현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 시간대를 오가는 신이 많음에도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배종옥은 노역과 현재를 오가며 감정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게 참 힘들더라”며 “내 캐릭터는 감정의 기복이 엄청 많다. 감정의 기복이 연결되면 괜찮은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자꾸 끊기는 감정이 있어 부담됐다”고 떠올렸다.


영화 '결백'의 배우 배종옥. 키다리이엔티 제공


1985년 KBS 특채로 데뷔해 올해로 35년차 배우가 된 배종옥. 그는 늘 ‘관성’을 경계한다. 배종옥은 “현장은 두려운 게 좋다. 오히려 캐릭터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 ‘(이 작품이) 잘 되겠다’ 싶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현장에 나가면 연기하는 공간을 둘러 보고 촬영을 준비한다”며 “요즘 젊은 친구 중에는 현장에 와 줄곧 차에 있다 촬영할 때만 나오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게 (친구들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고는 들었는데,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촬영 일화 곳곳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가 극 중 노인 분장을 하고 딸과 처음 만나는 접견실 장면에서도 “분장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했던” 딸 역의 신혜선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모르고 대면할 때 두 인물의 감정이 더 자연스레 표현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배종옥은 “사전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접견실에서 처음 마주칠 때 감정이 움직일 수 있도록 보안을 유지하려 했다. 혜선이 본인도 그런 점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처음 시도한 노인 분장에 대해서는 “노역이 부담스러웠지만, 많은 역할을 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며 “2~3시간 분장을 하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서울 연극무대와 지방 촬영을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백’은 여성 변호사 등 여성이 중심이 돼 끌고 가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그간 남성 중심으로 그려졌던 법정물, 스릴러물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셈이다. ‘우아한 가’에서도 냉철하고 분석적인 한제국 역을 맡아 극 흥행을 견인했던 배종옥은 ‘결백’ 등 여러 작품을 통한 여성 서사의 확대를 기대했다.

그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가 남성 위주 캐릭터가 더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나 역시 ‘결백’이 여성의 시각으로 엄마의 무죄를 입증해 나가는 극이라 좋았다. 요즘 뛰어난 여성 감독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여성 캐릭터로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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