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일 한 기분, 뿌듯해요” 밭일 돕다 돈가방 주운 17살 [인터뷰]

국민일보

“착한일 한 기분, 뿌듯해요” 밭일 돕다 돈가방 주운 17살 [인터뷰]

입력 2020-06-09 11:23
전북 익산 성일고등학교 2학년 최은혁군(17)이 우연히 발견한 거액의 돈 가방을 주인에게 찾아준 공로를 인정받아 전북 익산경찰서로부터 최근 표창장을 받았다. 사진은 표창장을 수여받는 최군의 모습이다. 전북교육청 제공, 연합뉴스

우연히 발견한 거액의 돈 가방을 주인에게 되찾아준 고등학생이 경찰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전북 익산 성일고등학교 2학년 최은혁군(17)이다.

최군은 지난 2월 23일 아버지와 함께 익산시 황등면 시북마을을 방문했다가 밭에 떨어진 허름한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무심코 가방을 열어본 최군의 눈은 이내 휘둥그레졌다. 누군가 버린 물건이라고만 생각했던 가방 속에는 생전 처음 보는 거액의 돈뭉치가 들어있었다.

깜짝 놀란 최군은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인근 파출소에 주운 가방을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방의 주인은 70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가방을 잃어버린 후 파출소에 분실 신고를 해 두었고 최군의 신고로 돈을 무사히 되찾게 됐다. 가방에 들어있던 480여만원은 할머니의 이사 계약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가방을 잃어버리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넋을 놓고 있었다”며 “각박한 세상에 양심 있는 학생 덕분에 살았다”고 최군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익산경찰서는 최근 최군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경찰은 진즉 표창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늦어져 이제야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군의 어머니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가 평소 길거리에서도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어르신이 보이면 가서 도와드리곤 한다”며 “앞으로도 이렇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10대 친구들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아들의 선행을 대견스러워했다.

다음은 최군과의 일문일답이다.

최은혁군 제공

- 가방을 발견했을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그날 할머니 댁에 밭일을 도와드리러 갔었다. 한참 밭에서 나무를 자르고 치우고 있는데 바닥에 떨어진 가방 한 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누가 버린 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가방을 열어보니 현금이 가득 들어있어서 아버지와 함께 파출소에 신고했다.”

- 가방 속 돈뭉치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엄청 무서웠다. 난생 처음 보는 큰돈이 눈앞에 있으니 많이 떨렸다. 정말 깜짝 놀라서 바로 아버지께 말하고 경찰을 찾아갔다.”

- 눈앞에 돈이 있으면 욕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돌려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

“너무 큰 돈이라서 보자마자 ‘누가 잃어버렸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큰 금액이라 ‘가져야지’ 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못 했다. 또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갔다. 저도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많아서(웃음).”

최은혁군 제공

- 이번 일로 표창장을 받았다. 어떤 생각이 드나

“먼저 내 신고로 인해 한 사람(할머니)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고 뿌듯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표창장까지 받으니 얼떨떨하다. 뭔가 착한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다. 앞으로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렇게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 주변 반응은 어땠나

“친구들은 ‘너 진짜 그렇게 했냐. 대단하다’고 한다. ‘나 같으면 썼다’고, 자기가 그런 돈 찾으면 가졌을 거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표창장 받은 건 부럽다고 한다(웃음).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대견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은 당연히 찾아주는 게 맞는데,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을 겪게 되면 옳은 일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돈을 줍는다면 주인을 찾아주면 좋겠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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