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튀튀와 3m튀튀…무용수들의 ‘코로나 코스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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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튀튀와 3m튀튀…무용수들의 ‘코로나 코스튬’(영상)

“새로운 현실 예술로 표현… 안전 지키며 춤 출 수 있다는 메시지”

입력 2020-06-16 11:18
애슐리 페리 인스타그램

종이 박스로 만든 발레복과 지름이 3m인 튀튀(tutu, 발레할 때 입는 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 흐름이 되자 상황을 타개하려는 무용수들의 독특한 발상이 화제를 모은다. 새로운 현실을 예술로 표현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CNN는 최근 호주의 무용수 애슐리 페리가 자가격리 중 만든 무용복을 공개했다. 식료품을 배급하던 종이 가방과 방에 놓인 휴지, 음식을 담았던 용기 등 페리의 눈에 띈 모든 게 무용복의 재료가 됐다.

페리는 호주의 한 호텔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주 격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무용 공연을 위해 탑승했던 크루즈 ‘잔담호’는 지난 3월 7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남극해를 항해할 예정이었지만 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긴급 정박했다. 배는 그곳에 약 한 달을 머물렀다. 200명이 감염됐고 네 명이 숨을 거뒀다. 다행히 페리는 지난달 초 고국인 호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귀국 후 2주 간 호텔에 격리돼야 했다.

페리는 정신적으로 지쳐있었고 창조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텔 객실 안에는 창작을 위한 ‘특별한’ 재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의 눈에 띈 건 방역 당국이 음식을 담아 가져다주는 종이가방과 휴지, 나이프 등 생활필수품 정도였다.

애슐리 페리 인스타그램

잠시 고민하던 페리는 있는 재료를 활용해 무용복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무용복은 무용수의 필수품”이라며 “그래서 종이가방을 보고 가장 먼저 옷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종이가방은 풍성한 튀튀로 재탄생했다. 자투리 종이는 화려한 머리 장식이 됐고 휴지는 멋진 귀걸이가 됐다. 이 밖에도 같은 재료를 동원해 테니스복과 만화 주인공의 의상도 만들었다. 페리는 2주 간 총 네 벌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창의력을 잃지 않으려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격리 기간 동안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

네덜란드 국립발레단도 특별한 튀튀를 공개했다. 발레단은 12일(현지 시각) 유튜브 채널에 ‘사회적 거리두기 발레’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우아한 몸짓을 선보이는 발레리나의 옷은 독특했다. 튀튀의 지름은 무려 3m로 상당히 넓었다. 발레복을 입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과 1.5m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 튀튀를 입고 춤을 추는 발레리나는 다른 무용수와 함께 공연을 펼치면서도 줄곧 1.5m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발레단은 “텅 빈 극장과 배우 없는 무대, ‘뉴노멀’에 따라 각자의 길을 걷는 개개인의 춤에 영감을 받았다”며 “새로운 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안전을 지키면서 계속 춤을 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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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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