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 교사 ‘순직’ 인정됐지만 … 교육청은 “나 몰라라”

국민일보

성추행 누명 교사 ‘순직’ 인정됐지만 … 교육청은 “나 몰라라”

전북 송경진 교사, 경찰 ‘무혐의’ 받고도 도교육청이 징계 추진하자 극단적 선택 … 법원 “공무상 사망” 판결 … 유족 “사과도 책임도 없다” 분개

입력 2020-07-02 10:39 수정 2020-07-02 11:07
2017년 8월 고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왼쪽)과 그해 5월 학생이 쓴 탄원서. 유족 제공.

제자 성추행 누명으로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절차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 대해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지만, 도교육청은 2주일째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교사의 부인은 “남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다”며 “그러나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분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달 19일 부안 상서중 고(故) 송경진(당시 54세) 교사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송 교사의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송 교사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경찰의 내사 종결 처분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자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자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송 교사는 전교생이 19명이었던 상서중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던중 2017년 4월19일 2학년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리를 떠는 한 여학생의 무릎을 톡톡 쳤는데, 이를 잘못 본 다른 여학생이 허벅지를 만진 것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그해 4월 24일부터 7월 24일까지 석 달간 직위해제 상태로 지냈다.

다행히 경찰 조사에서 결백이 밝혀졌다. 경찰은 “성추행의 의도가 없었다”며 ‘내사 종결’ 처분을 했다. 피해를 주장한 학생들을 포함해 전교생과 학부모는 전북교육청에 탄원서도 냈다. ‘송 교사가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해 다시 학교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송 교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센터는 그해 4월 28일 학교를 방문해 서류 조사를 하고 송 교사에 대한 조사도 2차례 진행했다. 다음 달 2·3학년 남학생과 2학년 여학생 학부모를 면담 조사했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한 여학생들을 만나 피해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단지 여학생들이 사건 초기 학생부장 앞에서 쓴 최초 진술서를 근거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인권센터는 7월 3일 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열고 ‘송 교사가 발바닥을 때리고 여학생의 신체를 접촉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승환 교육감에게 송 교사의 신분상 처분도 권고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8월3일 송 교사에게 특정감사 조사 일정을 통보했다. 송 교사는 다음날 오전 9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30여년 교직 생활과 54년의 삶은 그렇게 마감됐다.

송 교사의 빈소엔 학생·학부모는 물론 졸업생도 줄을 이었다. 그렇지만 전북교육 수장인 김승환 교육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석달뒤 전북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려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김 교육감은 당당했다. “전북교육청이 무리하게 조사에 나서면서 결국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교육감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징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센터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강변했다.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이후 3년, 유족들의 처절한 노력으로 송 교사는 계절이 열두번 바뀐 뒤에야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로 송 교사 죽음에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는 지금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냉소와 무시로 일관해 온 김승환 교육감과 교육청 관계자들은 판결 14일이 된 2일까지도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교육감은 이와 관련 상황은 모른 체 하고 지난 1일 직원 조회에서 ‘인간 존엄’을 강조해 빈축을 샀다.

송 교사의 부인 강하정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다”며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죽음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며 분개했다.

강씨는 “사람들은 승소해서 ‘축하한다’고 하는데 하나도 안 기쁘다”며 “(전북교육청 등이) 32년간 존경받던 선생님을 한순간에 성추행범으로 몰아 벼랑으로 떨어뜨렸다.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은 지금도 잘살고 있어 노여움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김승환 교육감은 2일 오전 10시 30분 도교육청에서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어서 송 교사의 순직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성추행 누명 ‘순직’ 교사에 … 사과 대신 법적대응 꺼내든 교육감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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