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부친 증언 “장례식 안 오고 고소 봐달라는 문자만…”

국민일보

故 최숙현 부친 증언 “장례식 안 오고 고소 봐달라는 문자만…”

입력 2020-07-03 06:56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뉴시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장례식에 가해자들이 조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은 경찰 고소 사건에 대해 ‘봐달라’는 취지의 문자만 몇 차례 보냈다는 보도도 나와 대중들을 더욱 공분시켰다.

뉴시스는 최 선수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생전 최 선수를 괴롭혔던 팀닥터 등이 최 선수가 생을 마감한 후 일절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를 괴롭혔던 여자 선배도 장례식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감독은 슬픔에 잠긴 가족에게 경찰에 한 고소를 봐달라는 식의 문자를 몇 차례 보냈을 뿐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최 선수의 부친은 “숙현이를 괴롭히던 남자 선수가 조문을 왔었다”며 “(그 선수에게) ‘네가 정말 사죄할 마음이 있으면 숙현이의 납골당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최 선수의 폭언 및 폭행 등 가혹행위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은 것은 물론 경찰 형사고소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 철인3종협회 진정도 시도했다.

지난 5월에는 최 선수의 바람으로 지인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힘이 돼 준 곳은 없었다. 심지어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에서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최 선수의 부친은 “수사기관에서도 운동선수 폭행은 다반사다. 벌금형 정도 나올 거고 처벌수위가 약하다고 숙현이에게 계속 이야기했다”며 “숙현이가 이 과정에서 많이 힘들어했다.결국 변호사를 선임하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최 선수의 부친은 자신의 딸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와 선배들의 괴롭힘이 은폐되기 쉬운 합숙훈련의 폐단이 밝혀지는 것은 물론 감독이 팀닥터를 고용하고 선수들이 경비를 부담하는 일도 사라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숙현이가 중학교 때 철인 3종 합숙훈련 시 후배 빨래를 해주기도 했다. 조문 온 후배와 동료들 역시 아이가 착하고, 후배들이 많이 따르던 선수였다고 했다”고 한 부친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숙현이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부디 비슷한 피해를 겪는 선수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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