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책임진다는 말 주목”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처벌은

국민일보

“사망하면 책임진다는 말 주목”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처벌은

입력 2020-07-05 16:32 수정 2020-07-06 12:33

접촉사고를 먼저 처리하라며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기사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병원 이송이 지연되면서 구급차에 탔던 응급환자가 끝내 숨지면서 택시기사에게 업무방해죄 외에 살인죄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가족 측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을 원치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인해 충분히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저지른 살인을 의미한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뜻한다.

택시기사가 환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지만 그럼에도 응급차를 막았다면 그 자체가 살인행위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살인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부지석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택시기사가 구급차 안에서 이송 중이던 환자의 사진을 찍을 때 충분히 환자의 위중함을 알았을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이후 약 5시간 만에 숨을 거둘 정도로 다급했던 환자라면 일반인이라도 출혈이나 혈색, 의료보조장비 등을 통해서 단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아니라는 걸 인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도 있다. 가족들과 응급차 운전자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며 빠른 이송을 요구한 정황이 블랙박스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부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응급차를 피해줘야 할 마땅한 행위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된 택시기사의 발언에 주목했다. 한 변호사는 그의 유튜브채널에서 “위중 환자에겐 지체된 10여분이라도 ‘골든타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택시기사도 반복적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유가족들이 먼저 입증해야 할 사안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택시기사가 찍은 사진에 당시 환자의 위중도가 외관상 드러나 있는지를 확인하고, 택시기사의 방해 행위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다만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하더라도 택시기사의 고의성이 밝혀진다면 최소 ‘살인미수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유가족 측은 무더운 날씨에 택시기사가 구급차 문을 열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택시기사에 최종적으로 살인죄에 준하는 형벌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부 변호사는 “세월호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대개 ‘간접 증거’만으로는 거의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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