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미국 불송환 이유 “면죄부 아냐… 발본색원 수사 필요”

국민일보

손정우 미국 불송환 이유 “면죄부 아냐… 발본색원 수사 필요”

입력 2020-07-06 16:16 수정 2020-07-06 16:31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범죄인은 향후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랍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6일 세계적 규모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정우(24)씨를 미국에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손씨에 대해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날 재판부는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을 발본색원하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불송환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회원 중 국적 등 신원이 확인된 경우가 극소수였고,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위해선 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손씨를 미국에 송환하면 국내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현 단계에서 미완에 그치거나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미국보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수사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는 미국 수사당국이 기소한 죄목 중 ‘국제 자금세탁’에 국한해 이뤄졌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혐의였다. 범죄인 인도법과 한미 양국이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이 한쪽 당사국에서 이미 유·무죄 선고가 이뤄진 경우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손씨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배포 등)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만 징역 1년6개월을 확정 받았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이 열렸다. 중계 법정 안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3차례 심문기일을 열어 장고를 거듭했다. 손씨 측 변호인은 손씨가 웰컴투비디오의 운영 수익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환전하거나 도박 사이트에 송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세탁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인도해선 안 된다는 범죄인 인도법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손씨 측은 검찰이 손씨의 자금세탁 정황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점도 언급했다. 검찰이 진작 기소했더라면 국내 법원에서 처벌을 받고 이중처벌 금지 원칙이 적용됐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손씨 측 반박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인도심사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씨 측이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이용료로 받은 비트코인을 국내외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송금하거나 환전하고, 도박 사이트로 보낸 다음 부친 명의 계좌를 거쳐 현금화한 것에 대해 자금세탁 정황이 충분히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이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법하진 않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 전이라도 검찰이 추가수사를 통해 기소했다면 손씨는 예측하지 못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중처벌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재판부는 손씨가 인터넷에 기반한 ‘국제네트워크범죄’를 저질러 어느 국가에서 처벌하는지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없는 점, 국내 아동·청소년 성범죄 해결이 급선무인 점 등을 들어 재량에 따라 불송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에서 범죄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게 범죄인 인도조약이나 범죄인 인도법의 목적이라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손씨는 이날 낮 12시50분쯤 곧바로 석방됐다. 손씨의 부친은 취재진에게 “재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며 “자식만 두둔하는 것은 옳지 않고 받을 죄가 있다면 받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는 “그간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왔다. 이번 결정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향후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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