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질거면 혼자 죽어’라던 주장… 우린 사람 아니었다”

국민일보

“‘뒤질거면 혼자 죽어’라던 주장… 우린 사람 아니었다”

최숙현 선수 사건 ‘처벌 1순위’로 지목된 팀 주장

입력 2020-07-06 16:32 수정 2020-07-07 17:57
경주시청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선수.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고(故)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폭행·폭언 가해자 중 팀 주장이었던 장모 선수가 ‘처벌 1순위’로 지목됐다. 피해를 호소한 최 선수의 동료들은 장 선수가 선수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폭언·폭행·감시까지 일삼았다고 폭로했으나,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한 장 선수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 주장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특히 팀 내 분위기를 주도하며 선수들을 억압했던 주장 장 선수에 대한 새로운 폭로를 이어가며 그를 ‘처벌 1순위’로 지목했다.

선수들은 “트라이애슬론팀은 김규봉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한 폭력·폭언이 당연시됐다”며 “주장은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 시켰고,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장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의 폭력에 항상 노출돼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받았다”고 말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 “주장은 최 선수와 그의 아버지를 ‘정신병자’라고 표현했고 이간질을 통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다”며 “최 선수가 팀닥터에게 맞고 난 뒤 혼자 휴대폰을 보며 울자 ‘쇼하는 거다.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며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고 회상했다.

선수들은 장 선수에게 직접 당한 괴롭힘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은 “훈련 도중 실수를 하면 (장 선수가) 물병으로 머리를 때렸다”며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옥상으로 데려가 멱살을 잡고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면서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그때 ‘잘못했다, 살려달라’는 사정까지 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골절로 인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은 ‘꼴보기 싫다. 내 눈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며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장은 술에 취해 몰래 방에 들어와 (다른 선수가 잠든 사이) 휴대폰 지문 인식을 시켜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었다”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폭언을 했고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팀을 나가겠다고 말하자 ‘너 팀 나가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겠다. 난 때린 적 없다’고 협박하고 발뺌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생활했다”며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80~100만원 가량의 사비를 주장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선수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주시청에 입단했다. 감독과 주장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며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 선수와 함께 용기 내 고소하지 못한 점이 죄송스럽다”고 털어놨다.

1988년생인 장 선수는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한국 대표 트라이애슬론 선수다.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혼성릴레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부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철인3종 여자일반부 올림픽코스 51.5㎞ 개인전에 출전해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